"최근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이용률이 40~50%정도밖에 안돼요. 장사가 너무 안돼서 문닫는 호텔도 더러 있다는데 걱정이에요."
호텔업계 위기가 좀처럼 극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금한령(禁韓令)을 지시하면서 뚝 끊긴 유커 수가 늘지 않는 탓이다.
지난해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이뤄진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초강수 보복에 유커 수가 반토막이 났다. 이는 여행업계는 물론 호텔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같은해 11월 한국과 중국 정부가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 금한령도 곧 해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베이징과 산동지방에 한해 방한 단체관광 금지령이 해제되는 데서 그쳤다. 베이징과 산둥성도 포상 관광이나 크루즈 관광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지난 2010년 MB정부 당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풀리기 시작한 숙박시설 건립 규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학교 앞 호텔을 허용하면서 규제 완화에 정점을 찍었다.
인근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증가하는 관광객 수용을 위해선 호텔 선립이 필요하다"는 양적 논리에 따라 "학교 앞 호텔 설립 규제를 완화하면 8000억원의 투자 효과와 1만6500명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주장, 결국 호텔 설립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를 기점으로 서울시 내 호텔 객실 수는 사상 첫 5만실을 돌파했다.
한국호텔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내 건립된 호텔 수는 총 399개, 객실 수는 5만3454실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6년보다 호텔 51개, 객실 6507실이 늘었다.
여기에 롯데호텔에서 올해 초에만 L7브랜드 두 개를 잇달아 오픈했고 코트야드, 오토그라프, 페어필드, 포포인츠 등의 브랜드 호텔이 올해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공급 과잉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호텔은 늘어만 가는데 급감한 관광객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커가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416만 935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806만 7722명)보다 48.3% 감소한 수치다. 유커의 급감 속에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도 전년 1724만1823명에서 400만명가량 줄었다.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역시 지난해 동기보다 46% 감소한 30만 5127명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런 만큼 호텔업계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인 대표 관광지였던 명동의 호텔 객실 가동률은 평균 60%에도 못 미친다.
이와 관련, A호텔 관계자는 "서울 내에 호텔이 포화상태임에도 관광객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한령이 풀리지 않는다면 폐업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B 호텔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관광객이 넘쳤을 땐 이 수요를 어떻게 수용할 지에만 급급했던 것같아요. 방한 중국인 숫자가 느니 단순한 생각으로 호텔 수도 같이 늘린 것이 현재의 위기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명동의 한 호텔 매니저는 "1, 2월 무척 어려웠다. 중국인관광객만 바라보고 지은 호텔은 그야말로 위기였다"며 "그나마 중국인관광객의 빈자리를 일본관광객과 동남아관광객 등이 채워주며 3월 들어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어 앞으로 좀 지켜봐야할 것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