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을 추진하다 한 발 뺀 것은 청와대 내 반발 기류 때문으로 보인다. 전 정부 인사일 뿐 아니라, 경영 성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연임 보류 통보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정 사장의 연임을 놓고 막판에 급제동을 걸었다. 고위 임원이 직접 "일단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우조선 이사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5일 대우조선 이사진은 이사회를 열고도 연임안을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실제 대우조선은 지난 2015년 3월 정 사장이 CEO로 선임된 이후 불과 2년여 만인 2017년 73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6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부채비율은 2016년 말 2185%에서 지난해 말 281%까지 급감했다.
산업은행이 정 사장을 앉힌 이유가 '대우조선 구조조정'이라는 특수 임무인 것을 감안할 때, 일단 외형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업계는 물론 청와대 등 정치권 등에서 상당히 냉정한 시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산은과 보조를 맞추면서 구조조정을 할 만한 인물은 대우조선 내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는 방법밖에 없을 텐데, 누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靑, 민정·경제수석실서 차기 후보 조회?
청와대는 경영성과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것일 뿐, 시시비비는 가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듯 연임이 적합한지 재차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 사장은 2001년부터 2006년, 2015년부터 임기 만료인 오는 5월까지 총 3차례 대우조선 사장을 역임했다. 연임에 성공하면 네번이나 사장을 한 대기록을 세운다.
물론 정 사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금융마피아인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의 일원이던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앉힌 인물인 데다, 낙하산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어 현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선·해운 정책과 결을 같이할 수 있을지 의문도 남는다. 현 정부 인사들로 채워진 산은,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금융공기관, 정부부처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일부가 임직원의 비위 행위 등을 청와대에 밀고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인사검증을 위해 연임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에는 민정수석실 외에 경제수석실도 관심을 기울여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평판 조회를 하는 민정 외에 경제수석실까지 가세한 것은 사실상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는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 정부에서 선임한 정 사장이 대우조선을 계속 이끌어갈 인물로 적합한지, 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면서 "아직 정 사장의 임기 만료까지 두 달여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연임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