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유창근 현 사장을 연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사장이 특별한 경쟁자 없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업계에서 새삼 'KK' 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일련의 과정들에 경기고-고려대 출신들이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KK' 라인은 고려대 출신인 유 사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또 경기고 출신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전준수·김규복 현대상선 사외이사를 지칭한다.
◆유창근 사장 연임 성공··· 업계 일각에선 'KK' 라인 부각
현대상선의 이번 이사회 개최는 흡사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초 지난 8일로 예정됐던 현대상선 이사회는 15일로 연기됐다가 9일 오후 기습적으로 열렸다.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재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6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따라서 산은의 유 사장 연임에 대한 재가 없이는 이사회 및 주주총회 개최 자체가 어렵다.
일각에선 이동걸 회장이 일정부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현대상선 이사회는 유창근 사장과 김정범 전무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장인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는 경기고 출신으로 이 회장과 동문이다. 전 교수는 박근혜 캠프에서 해운물류 좌장을 지낸 인물이다. 김규복 사외이사 역시 경기고 출신이다.
장하성 실장은 이동걸 회장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대광고 출신인 유창근 사장과는 고려대 동문이다.
◆현대상선 '특혜' 볼멘소리
현대상선은 정부가 이달 내놓을 '뉴 스타트 한국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다. 목표인 원양 컨테이너 1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달성에 가장 근접해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초대형 선박 신조를 위해 들어가는 수조원대 자금이 정부 지원을 통해 충당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금액은 산업은행 등을 통해 상당부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지난해에만 현대상선에 총 6908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실제 최근 해운업계가 여러 외국 컨설팅 업체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현대상선에 몰아주기보다 여러 선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덴마크 해운조사 기관인 시인텔은 현대상선과 SM상선, 연근해안선사를 합병해 단일 선사로 통합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영국 해운조사 기관인 드루리도 현대상선, SM상선, 연근해 선사를 합병해 규모를 키우는 방법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현대상선 특혜'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일련의 과정들에 경기고-고려대 출신들이 중심에 있다"며 "현대상선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