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손꼽혀온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을 보수적으로 본다. 올해 코스피가 2500선을 축으로 200포인트가량 오르내리는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한 차례 고점을 찍고 내려온 상태로,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1년까지 박스권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변동성이 큰 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무엇보다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재나 채권, FX마진거래 등 여러 투자처를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국내 주식에만 집중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는 우리 투자자도 결국 해외투자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에 대비한 전략 상품으로 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꼽았다. 다양한 자산을 아우르는 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인컴펀드(일정기간마다 수익이나 이자가 발생하는 펀드) 형식으로 내놓는 게 그의 목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업계가 인컴펀드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09, 2010년 줄곧 매달렸지만 실패한 경험이 더 많아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간에서 지급약속을 지키려면 원금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국내 투자자에게 원금손실이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로 여겨진다.
이에 비해 한국보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 투자자는 원금손실을 감내하기 시작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원금에 목매기보다 다달이 손에 쥐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물론 원금에 손을 대지 않아도 충분히 운용되는 연금형 인컴펀드를 설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장세를 자산운용사의 실력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승장에서 대부분의 펀드는 수익률이 비슷하게 오르고 떨어질 때도 함께 부진하지만, 출렁거리며 횡보하는 장에서는 옥석이 확실히 가려진다"고 설명했다.
이럴수록 펀드매니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실적이 부진한 자산운용사를 보면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 출신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사장이 '왜 삼성전자 비중이 크지 않으냐'라며 운용에 자주 간섭하면 일관성이 깨진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처럼 장세가 출렁이면 테마주도 자주 바뀌는데, 이럴 때마다 관여한다면 수익률이 되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주와 헬스케어, 정보기술(IT)주가 주도하는 분위기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