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도 출구가 있다'는 가설 등을 내놓으면서 세계 물리학 대부로 일컬어졌던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타계했다고 영국 가디언, 미국 CNN 등 외신이 14일 보도했다. 향년 76세.
보도에 따르면 호킹의 자녀 등 가족들은 이날 아침 성명을 통해 "호킹이 케임브리지에 있는 자택에서 지병으로 영면에 들었다"며 "위대한 과학자였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게 슬프지만,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킹은 1975년 호킹 복사 이론을 발표하면서 블랙홀이 서서히 입자를 방출하다 결국 증발해버리고, 이때 블랙홀이 빨아들인 물질의 정보는 나오지 못한 채 블랙홀과 함께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양자역학 기본원리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자 2004년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블랙홀에 물체가 빨려들어갈 때 물체의 정보(양성자 수 등 물리량)는 블랙홀 내부가 아니라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저장된다"며 이른바 '블랙홀 출구론'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당시 호킹은 "블랙홀은 생각만큼 검지도 않고, 영원한 감옥도 아니다"라며 "블랙홀에 들어간 물체는 블랙홀 밖으로나 어쩌면 다른 우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호킹은 뛰어난 연구성과로 교수 등을 거쳐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대 수학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1988년 발간한 과학서적인 '시간의 역사'는 베스트셀러로 등극, 세계적으로 1000만 권 이상 팔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CNN은 전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은 호킹 박사의 실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