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본질 외면한 국회 의원회관 '괴담'…"女 보좌진 다 자르고 남자로만 채워라"

2018-03-08 18:00
  • 글자크기 설정

미투 강타 여의도 국회, 여성 의원 보좌진들의 호소

"미투 때문에 해고될까 무서워"…더 견고해지는 국회 유리천장?

"권력형 성범죄는 갑질의 일부…국회 갑질 문화 청산해야"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미투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투(Me too)' 바람이 국회를 강타했다. 국회 곳곳에선 '미투' 이야기로 들썩인다. 가장 관심받는 존재들은 국회의원의 지근거리에서 그들을 보좌하는 여성 보좌진이다. 잠잠하던 '여의도 옆 대나무숲'도 쑥대밭이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여성 보좌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국회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동안 여성 보좌진들은 소수인 데다가, 보좌진이라는 직군 자체가 고용 안정성이 낮은 만큼 열악한 상황에도 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다. '정무직 공무원' 신분이지만 사실상 '4년 계약직'이나 다름 없으며 이들의 임면권은 국회의원이 쥐고 있다. 선임 보좌진들의 입김이 의원에게 작용할 수 있어 선임보좌진의 갑질도 비일비재하다.

여성 보좌진들은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방을 빼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부당한 일을 당해도 숨을 죽이고 살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국회 첫 미투로, 4급 남성 보좌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5급 비서관 A씨가 이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A씨는 "먹고 살아야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경력이 쌓일 때까지 사직서를 낼 수 없었다. 함께 일한 상급자들의 평판은 다음 채용 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적 절차를 밟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현실을 밝힌 바 있다.
 
A씨가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한 4급 보좌관은 즉각 면직 처리됐다. 또 다른 방의 5급 비서관 B씨는 '성희롱' 문제는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는 7일 기자에 "권력형 성범죄는 '갑질'의 일부이기에 국회의 '갑질 문화'가 사라져야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투는 우리 사회 전반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면서 "그동안 그들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누렸고 그 권력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이 많았나. 미투로 싹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여성 보좌진들은 미투로 인해 가슴을 졸이고 있다. 미투로 남성중심 문화가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7일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도 같은 이유로 걱정하는 글이 올라왔다.
 
"우리 의원님은 성추행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잘못된 언행을 하면 반드시 지적해달라고 당부하셨던 분이다. 그런데 오늘 의원님이 '요즘 주변에서 여직원들 전부 자르고 남자들로만 고용하라 그런다'고 농담을 하셨다. 미투가 '여직원 해고'로 귀결되는 것을 보고 섬뜩했다. 무섭다."
 
5급 비서관인 C씨 역시 이글을 보고 "우리방 남성 보좌진들도 '어디 무서워서 같이 일하겠나'라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C씨는 "여성 보좌진들이 안 그래도 소수인데, 살아남기 더 힘든 공간이 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또한 "본인은 그나마 직급이 높은 5급 비서관인데, 여성 보좌진들이 주로 채용 대상이며 수시채용되는 인턴들이 가장 걱정거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 내 유리천장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회인적자원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여성보좌진 채용현황은 전체 보좌진 2632명 가운데 840명(31.9%)에 불과하다. 여야 구분 없이 각 정당의 남성 대비 여성 보좌진의 비율은 7 대 3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다. 급수(고위직)가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급격히 줄었다. 직급별 여성보좌진 채용현황은 △4급 5.9%(35명) △5급 17.0%(101명) △6급 26.4%(78명) △7급 30.9%(92명) △9급 72.5%(219명) △인턴 57.6%(315명)다. 4~7급까지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9급 비서관(남 27.5:72.5)과 인턴비서(42.4%:57.6%)는 여성이 더 많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