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김정은 외교 스타일, "솔직·대담"… 남북회담으로 첫 정상외교 데뷔

[청와대 제공]

우리 정부인사 중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난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은 그의 외교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전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세계 외교무대에 나설지에 눈길이 쏠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6일 사절단이 발표한) 발표문 내용은 5일 진행된 김 위원장 면담에서 거의 모든 내용이 나왔다"면서 김 위원장의 외교 스타일을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5일 방북, 6일 귀국한 특사단은 귀국 당일 발표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4월 말 개최 등 6개 항의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표한 내용은 우리 특사단이 '북에서 들은 이야기를 발표해도 되겠느냐'고 북측의 의사를 묻고, 북측으로부터 포괄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국가 간 신의와 무게감이 실려 있는, 북한이 인정한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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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민감하게 여길 것으로 예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솔직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한 데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이 4월 한·미 연합훈련이 예년과 같은 규모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하고,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하는 데 동의하기로 한 사실이 밝혀지자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6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김 위원장은 우리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자주 호탕한 웃음을 보였고, 큰 몸짓을 섞어가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대결의 상징이던 판문점에서, 그것도 남측 평화의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성격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특사단의 방북을 통해 남북이 11년 만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첫 데뷔무대로 삼고 정상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2011년 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권력을 승계한 김 위원장은 외국 인사와 7차례 정도 만남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조문을 위해 방북했다. 처음으로 김 위원장과 만난 우리 측 인사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8월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면서 외교무대에 등장했다. 이후 중국과 쿠바, 시리아 등최우방국의 대표단을 평양에서 만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6년여의 통치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정상외교도 가진 바 없다. 

현지시찰 등 내부행사에서 그는 의도적으로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리더십을 연출하지만, 정작 외교무대에서만큼은 '은둔의 지도자'로 불린 아버지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2013년 10월 방북한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가졌지만, 끝내 김 위원장과는 만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서구권 인사는 절친으로 불리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맨 정도밖에 없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경우,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한 뒤 적극적으로 정상외교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