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책임회피" 중국정부 횡포 공개비판한 스타 기업인

2018-02-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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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 태양광 민영기업 황밍그룹 회장 "토지보상 약속 10년째 안지켜" 비판

올 들어 벌써 두번째 기업인의 지방정부 '공개성토'

황밍 황밍그룹 회장[사진=바이두]


"게으르다. 직무유기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억지를 부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중국 산둥(山東)성 유명 태양광 민영기업인 황밍(皇明)그룹 황밍(黃鳴) 회장이 지난 14일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을 통해 산둥성 더저우(德州)시 '1인자'의 게으름과 무능함을 실명 공개 비판한 내용이다. 
올 들어 중국 지방정부 관료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중국 기업인의 온라인 공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홍콩 명보 등 현지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중국 태양광 왕'으로 불리는 황 회장은 중국서 유명한 '스타 기업인'이다. 더저우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태양광 도시 '솔라시티'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원을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대안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 회장이 천융(陳庸) 더저우시 당서기를 공개비판한 이유는 더저우시 정부와 토지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더저우 '세계태양광도시대회' 개최를 앞두고 황밍그룹은 정부 지시에 따라 회의개최장·관련 부대시설을 건설하고, 인근 판자촌을 재개발하고, 솔라시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30억 위안(약 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를 위해 황밍그룹은 은행으로부터 20억 위안 대출까지 받았다. 당시 더저우시 정부는 황밍그룹에 재개발후 인근 토지를 양도해 투자를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아직까지 더저우시 정부가 황밍그룹에 약속한 토지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황밍그룹이 개발한 토지를 강제로 경매에 부치고, 황밍그룹 인수를 위해 황 회장을 물러나게끔 압박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각종 채널을 통해 천 서기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부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국회의원 격)를 지낸 천융 서기는 지난 2015년 7월 더저우시 당서기로 부임했다. 

황 회장의 공개비판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더저우시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더저우시 신문판공실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더저우시 당·정은 최근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 황밍그룹을 비롯한 일부기업이 경영난을 겪는 문제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며 "지난 14, 18일 당·정 주요책임자가 황 회장과 만나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착실히 검토해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인이 지방정부의 횡포를 공개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초에는 중국 최초 신용평가회사 중청신(中誠信)그룹 마오전화(毛振華) 회장이 헤이룽장(黑龍江)성 야부리(亞布力) 스키리조트 관리위원회 횡포에 따른 억울함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마오 회장은 "그들이 정부 사업을 이유로 내세워 토지를 불법 점유하고 기업을 탈취했다"고 고발했다. 이에 헤이룽장성 정부가 직접 공동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 해당 문제 관료를 처벌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지도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정부는 여전히 민영기업들을 억압하는 풍조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정치평론가 후싱더우(胡星斗)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지방정부 관료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중국에서 매우 보편적인 일"이라며 "이는 대중의 관리감독을 받지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관료들은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는 온라인 공개비판을 통해 중앙정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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