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왕린하이(Wang, Lin Hai) 팀장을 지난해 8월 재무기획‧융자 담당 이사대우로 승진시켰다. 왕린하이 이사는 과거 동양생명의 융자팀장직을 역임한 인물로 뒤늦게 파악됐다.
동양생명 융자팀은 수년 이상 육류담보대출 실무를 전담한 부서로, 2016년 연말 불거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을 초래한 부서로 꼽힌다. 왕린하이 이사는 2016년 6월 육류담보대출을 담당하는 융자팀장으로 부임한 바 있다. 그가 부임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육류담보대출 대규모 연체가 회사 안팎으로 알려져 사기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왕린하이 이사는 문제가 불거지기 6개월 전 융자팀을 맡았기 때문에 전임 부서장보다는 손실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대출기간이 3개월 수준인 육류담보대출의 특성상 왕린하이 이사가 실무를 책임졌던 2016년 6월 이후로도 수많은 대출이 시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인사가 단행된 이후 회사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회사에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끼친 한 부서책임자가 임원으로 승진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왕린하이 이사가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 측의 인물이기에 승진이 가능했다는 시각이다. 왕린하이 이사는 지난 2015년 한국으로 건너와 안방생명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작업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동양생명 직원은 "징계를 당해야 할 사람이 대주주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을 했다"며 "중국인 임원이나 부서장들한테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동양생명이 금감원의 제재 이전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금감원은 육류담보대출 관련 동양생명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담보물(육류) 확인과 대출금 관리에서 소홀함이 없었는지 등을 점검했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점검 이후 금감원은 법률 자문을 받으며 동양생명 및 실무책임자 제재를 1년 넘게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얽혀있는 법률적 쟁점이 복잡한데다 유사 전례가 없는 만큼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은 조만간 금감원이 동양생명 제재안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동양생명이 금감원 제재 이전에 책임자를 승진시킨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 이전에 실무부서 책임자를 승진시키는 경우를 보지는 못했다"며 "상식적이라면 제재심 결과 해당 부서장의 잘못이 없다고 판정받은 이후 승진시키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해 동양생명 측은 왕린하이 이사가 육류담보대출 사건을 수습한 공로가 있기 때문에 승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육류담보대출로 인해 3176억원 손실을 인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