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는 울었고, 고다이라는 위로했다…올림픽 ‘경쟁의 정석’

2018-02-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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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 무대가 올림픽이라면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다. 숨 막히는 배경도 깔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고의 ‘빙속 여왕’을 가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승 무대, 그것도 숙명의 한‧일 라이벌전이다.

그러나 ‘빙속 여제’ 이상화와 ‘신(新) 빙속 여왕’ 고다이라 나오(일본)는 달랐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 vs 고다이라’의 세기의 한‧일 빅매치로 떠들썩했다. 둘은 비교를 거부했다. 서로가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선택했다. 최선을 다한 질주. 후회 없는 레이스를 마친 둘의 메달 색깔은 정해졌다. 의미가 없었다.

이상화는 울었고,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품에 안고 위로했다. 아름다운 경쟁이자 동행이었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승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고다이라(36초94)에 0.39초 뒤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고다이라는 이날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일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았고, 올림픽 3연패가 좌절됐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의 금자탑을 세웠다.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최선을 다한 질주.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두 손에 파묻혀 목 놓아 울던 이상화는 고다이라를 축하하기 위해 그의 곁으로 다가간 순간 비로소 미소를 보였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품에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 그 순간,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한국어로 “잘했어”라고 말했고, 이상화는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서로에 대한 존경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엄청난 압박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노력에 계속 우러러 보게 된다”며 “항상 친절한 이상화는 굉장히 훌륭한 선수이자, 내 친구”라고 웃었고, 이상화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고, 이 친구는 1000m와 1500m도 뛴다는 점도 ‘리스펙트’한다”며 “나오에게 져서 기분 나쁜 적은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두 손을 맞잡은 채 각자 조국의 국기를 펄럭이며 링크를 돌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빙속 한‧일 맞수가 4년 뒤 열리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둘은 “모른다”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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