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트럼프 정부 세이프가드, 미 국제무역법원에도 제소해야”

2018-01-30 14:51
  • 글자크기 설정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오른쪽)가 30일 한경연 주최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 긴급좌담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인교 인하대 교수.[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함께 우리 기업들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도 제소할 필요가 있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효율적인 미국의 통상정책 대응을 위해 국제공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 주최로 30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 긴급좌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번 세이프가드 결정은 이미 예상된 것이며, 정부가 WTO에 즉각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WTO 분쟁해결 절차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측의 대응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국 정부의 결정이 “제조업 전반으로 무역구제조치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무역구제 수단을 동원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나가려는 트럼프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세탁기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오하이오 등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진영이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보호조치를 선사한 셈”이라며, “앞으로 선거정국으로 빠져들수록 무역구제조치가 세탁기를 넘어 가전제품 일반, 제조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우리 정부가 즉각 WTO에 제소할 방침을 밝혔으니, 이제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의 공방이 급선무이며, 트럼프 정부가 WTO협정이 규정한 엄격한 발동요건을 충족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WTO를 통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3년 한국산 가정용대형세탁기에 대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판정이행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WTO 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미국측이 또다시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버티면, 우리로서는 WTO 승인 하에 무역보복을 가하는 방법 등 대안이 별로 없으니, 대미 무역보복이 한미 안보협력관계에 미칠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하면 보복만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재의 트럼프 정치를 감안하면 우리의 대미 무역보복이 실제로는 제조업 전반으로 무역구제조치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며, 양국간 무역분쟁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복의 대상을 선정할 때에도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으로 전선을 확대시키지 말고, 우리측이 작년부터 수입물량을 자발적으로 늘린 미국산 LNG 수입계약의 이행을 중단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 교수는 우리측의 대응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도 제소하여 적극적으로 시비를 가려볼 것을 제안했다.

사법부 역할이 중요한 미국 헌법구조상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으며, 최근(2018.1.10.) 현대제철에 대한 반덤핑조치 재계산 판정 등 우리기업들이 부분 승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CIT소송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국·태국·베트남 정부와도 협력하여 국제적인 여론형성을 통해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좌담회에서는 향후 열릴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활용하여 미국측에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조치에 대한 제어장치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되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기업들은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세이프가드까지 발동하면서 자국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려하고 있다”며 “우리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안으로는 규제개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 정인교 인하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