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신성장, 최저임금, 일자리 등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그런데 현장 반응은 왠지 모르게 시큰둥하다. 정부가 분위기 조성을 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동조해주기는커녕 더 냉소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어딘지 모르게 정책 집행에 있어서 상당히 서두르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곳곳에서 조급함이 묻어난다는 게 맞을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업무보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기존 방식과 달리 각 주제별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올해 정부 업무보고는 부처 간 벽을 허물겠다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각 부처 정책을 내세우기보다 문 대통령이 내건 현안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업무보고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경제부처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성과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서 부처들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했을 만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삼았음에도 구체적인 성과가 눈에 띄지 않자 일선 부처의 장관들을 다그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구 구조 변화로 더욱 어려워질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향후 3∼4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런 의지를 공유하는지 의문”이라고 정면으로 질타했다.
대통령의 질타는 그동안 지시사항만 이행하던 정부의 씁쓸한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이른바 ‘영혼 없는 집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창의성이 사라진 정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실망감을 표출한 셈이다.
사실 일자리뿐만 아니라 혁신성장이나 4차 산업혁명 등 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들이 아직까지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특히 혁신성장은 자칫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같이 향후 5년간 실체를 드러내지도 못한 채 사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숨쉴 틈 없이 강행군을 이어왔다. 지난 8년간 어그러진 경제를 복원하기 위해 강한 충격파를 내던졌다. 그 충격파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기적 효과를 거두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정책적 속도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다음달 설 명절이 지나면 본격적인 지방선거 모드로 돌아선다. 아니, 벌써부터 선거 모드가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정치권은 정부 정책이 가장 좋은 홍보수단이자 먹잇감이다. 정부도 선거 시즌이 다가올수록 정책 집행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 숨고르기를 통해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어수선한 정국을 정면 돌파한다면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건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과 2년 연속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수 있다.
정부가 좀 더 큰 그림을 생각하고 의연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시장이 안정된다. 42.195㎞ 마라톤을 100m 달리기처럼 전력질주해서는 시작도 못하고 탈진해 버린다. 지금이 차근차근 지난 행보를 되짚어보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