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고, 소방관을 비롯한 현장수습 요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터진 이번 대형 화재 사고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뜻을 밝히면서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검정 양복과 타이 차림에 코트를 입은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영접을 받아 합동분향소(밀양 문화체육관) 안으로 이동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박수현 대변인, 윤건영 상황실장 등도 함께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국화 한 송이를 들고 37개의 희생자 영정 앞으로 가서 헌화·분향하고 묵념했다.
묵념을 마친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문 대통령은 희생자 영정 옆에 마련된 좌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족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하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대통령이 평소에 주장하신 사람 사는 사회, 그걸 내년에는 좀 더 개선하고 소방관들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게끔 해달라'며 안전한 사회 건설을 당부하는 유족의 말에 문 대통령은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하겠다"고 대답했다.
다른 유가족은 '기본부터 꼼꼼하게 챙겨달라', '사람이 아플 때 찾는 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게 화가 난다', '유족들 마음이 두 번 다치지 않게 장례절차 등에 소홀함이 없게 해달라'는 등의 지적과 요구사항을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
화재로 숨진 병원 의료진의 유족은 "(희생자가)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살아나올 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환자를 대피시키려다 희생돼 가슴이 아프다"며 "이 희생을 잘 받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헌화·분향하는 동안 애써 침착하게 앉아있던 유족 중 일부는 대통령이 다가오자 울음을 터뜨리면서 품에 안기기도 했다.
유족들과 인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분향소 밖에 있던 자원봉사자들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구조된 환자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하려고 모포나 핫팩을 건네주고 공무원들에게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것을 보며 밀양시민께 큰 감명을 받았고 감사하다"며 "다음에는 꼭 좋은 일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화재가 발생한 세종병원으로 이동해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소방관들은 이번에 최선을 다했다"며 "결과가 안 좋으면 원망을 듣는 게 (소방관의) 숙명인데 국민이 응원하니 잘하시리라 믿는다"는 말로 소방관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이동 중에도 현장에서 대기 중인 소방대원들과 악수를 하고 격려한 문 대통령은 최 서장과 박일호 밀양시장으로부터 사고 현황과 대응, 인명피해 조치·지원사항과 관련한 브리핑을 들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참사가 거듭돼 참으로 참담하고 맘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밀양시민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자세를 낮췄다.
문 대통령은 병원 1층에서 감식 활동 중인 요원들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원인 규명이 제대로 돼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을 떠날 때 유독 침통한 표정으로 자신을 배웅하는 조종묵 소방청장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면서 "저의 마음이 소방청장의 마음과 같으니 힘내라"고 격려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