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는 기획진행이란 분야를 출판사 영역으로만 간주해 듣보잡 취급을 하기가 일쑤였다. 저자들은 저자 에이전시의 어떤 장점이 있는가를 늘 주시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출판사와 저자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다. 그런 구조에서 기획출판을 한권, 또 한권 만들어가다 보니 제안한 출판기획이 베스트셀러도 나오고 여러 성공사례가 나와 10년간 출판 에이전시로 밥을 먹고 살았다.
그러던 중 2012년 김용원 작가를 만났다. 글쓰기 지도와 강사 등으로 생업을 하면서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오던 김작가와 만나 <알함브라 궁전으로 가는 길>(김용원 지음/크레용하우스) <소>(김용원 지음/동안) <내일의 너를 믿어봐> (김용원 외 1인 지음/탐) 등을 함께 작업했다.
어느 날 김작가의 가족과 식사를 하던 중 가족 중 한분이 1인1책의 용어를 꺼냈다. 전 국민이 한 권의 책을 쓰자는 나의 캠페인 취지에 맞는 적합한 용어라고 보았다.
그때부터 난 모든 책쓰기 활동의 프로그램 이름을 1인1책으로 명명했다. 특히 그 당시부터 열심히 했던 SNS에서 1인1책 이름으로 활동한 이후 더 많은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 1인1책 브랜드를 만들다 ]
1인1책 브랜드를 만들고 활동하기 이전과 이후는 매우 달랐다. 과거 1인1책 브랜드를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을 때는 매우 힘들었다. 1인1책 사무실에는 그동안 내가 기획했던 책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사무실에 들어와서 이 책을 보고 대개 놀란다. 상대방의 분위기는 ‘아 이렇게 많이 기획출판을 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면 내 책을 한번 맡길만 하겠구나’라는 눈치를 읽을 수가 있다.
하지만 사무실 밖에서 출판 에이전트 김준호는 아무도 몰랐다. 철저한 무명이었다. 200여권 넘게 기획출판의 경험과 책쓰기 코칭을 해왔지만 브랜드가 없기에 그냥 스쳐가는 상태일 뿐이었다. 이건 아니다. 자신이 한 분야에서 열심히 내공을 쌓아 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밖으로 알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필자가 진행하는 모든 책쓰기 프로그램에 1인1책을 붙이고, 페이스북 1인1책 페이지도 만들고, 사무실에 1인1책 현수막도 걸고, 여행갈 때 배낭에 1인1책 깃발도 만들어 꽂았다. SNS상에서 화제가 된 1인1책 모션도 만들었다.
그 결과 출판 에이전시는 활기를 되찾았다. 단군이래 최대불황을 달고사는 출판계의 한복판에 위치한 1인1책이지만 출판의 기획부터 집필, 편집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토탈서비스체제를 만들었다. 출판계에 머문 것이 아니라 지식생태계라는 더 큰 바다로 나가 큰 안목으로 출판계의 사람들과 함께 성과를 내고 있다. 1인1책 일대일 코칭을 받은 사람들이 책을 내 비즈니스에 도움을 받고 있다.
필자 역시 올해 MBC 아카데미와 책쓰기 그룹 코칭을 시작했다. 모두 1인1책 브랜드를 만들고 활동한 덕분이다.
각자 책을 내면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뛰어 드는 것이다. 처음 책을 냈다고 브랜드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권, 한 권씩 저술 목록이 쌓여가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작가, 전문가 브랜드가 쌓여 간다. 결국 이름 석자를 갖고 책이 나가는 브랜드 효과를 볼 수 있다.
[ 자기만의 브랜드 만들기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 김춘수 시인의 ‘꽃’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다. 평소 좋아하는 이 시를 낭독할 때 마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다시 말해 하나의 대상과 개념에 이름을 짓고 스토리를 만들어 네이밍을 해준다면 떠오르는 것, 브랜드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를 10년 넘게 고민해 오면서 책쓰기와 이 브랜드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저자들이 있다. 필자도 1인1책 브랜드를 만들며, 그 가치와 영향력을 십분 체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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