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방남 마친 '北문화 실세' 현송월…3가지 오해와 진실

2018-01-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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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애첩설은 낭설…남편이 김정은 최측근

탈북자 인용 총살 보도는 오보

지난 21일 강릉역에 도착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시민들의 환영이 이어지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 사진은 현송월 방남 직후 국내 신문지면에 가장 많이 쓰였다. [연합뉴스]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지난 22일 평창동계올림픽 파견과 관련한 사전점검을 위해 1박2일간의 방남 일정을 가진 뒤 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하루 만인 23일, 북측이 예술단 공연을 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강릉아트센터와 11일 서울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각각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우리 측에 통보해 왔다. 두 곳 모두 현송월이 장시간 머물며 음향과 시설 등을 점검한 곳이다.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문화 교류가 오랜만에 진행되는 만큼 남북은 최고의 문화 전문가 그룹을 꾸려 신속하게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문화실세'로 꼽히며 이번 예술단 행사를 이끌고 있는 현송월은 방남 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그는 화려한 외모와 그를 둘러싼 숱한 루머로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며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도 올랐다. 

이에 현송월을 둘러싸고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현송월은 누구?···北 히트곡 ‘준마처녀’ 부른 톱가수서 후보위원까지 

이처럼 큰 관심을 받는 현송월의 출생이나 연고지 등 정확한 신상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현송월이 1972년생으로 현재 만 45세라는 구체적인 보도도 나왔지만,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송월은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하고 왕재산경음악단, 보천보전자악단을 거친 성악가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북한의 히트곡이었던 ‘준마처녀’를 불러 최고인기가수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그는 2006년 보천보전자악단의 단원이자 가수로 데뷔하면서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고, 김정은 정권에 접어들면서 2012년 모란봉악단 창단과 함께 단장으로 임명됐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은 북한 최고지도자를 위한 조직으로, 대외적으로 북한 체제의 당위성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

이후 2015년 현송월은 모란봉악단을 직접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으나, 친선 공연을 세 시간 앞두고 일정을 돌연 취소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와 핵미사일 발사 영상을 제외해달라는 중국 측 요구에 현송월이 "원수님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을 취소한 것이다.

현송월의 이런 결단은 우리 사회에 큰 인상과 충격을 안겼다. 그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현송월이 김정은의 신임을 얻었거나 해외 일정을 주무를 만큼의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북한 집단주의 체제의 문화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당시 현송월이 공연을 속행했으면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보복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 일을 계기로 현송월이 김정은의 신임을 얻었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짚었다. 단장인 현송월이 특별한 권한을 갖지 않아도 체제 특성상 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정 연구실장은 "아무리 (국가적 행사라) 그래도 북한에서는 (상대국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했을 때 가만히 참으면 그게 되레 화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사회에서 현송월이 엘리트층으로서 어느 정도 입지를 갖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송월은 지난해 10월 7일 진행된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는 등 김정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북한 사회에는 100명 내외로 이뤄진 핵심 엘리트 그룹인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있고 그 밑에 약 100명 정도 되는 그룹인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들이 있다.

북한을 이끄는 200여명의 이 엘리트 집단에 현송월이 포함되면서 현송월은 자연스럽게 북한 문화계의 실세로 자리잡았다. 
  
◆현송월 둘러싼 말말말···‘김정은 옛 애인’, ‘김정일 애첩’, ‘총살설’

모란봉악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현송월은 과거 여러 차례 북한 김일성 및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의 애인이었다는 설에 휩싸였다. 

이어 2013년 8월 국내 일부 언론은 음란 동영상을 찍은 혐의로 현송월이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송월은 이듬해 5월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연설자로 나서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 지난 15일 북측 예술단 관련 실무회담에 대표단으로 참석한 데 이어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남측을 방문하기도 했다. 남북 대화에 나서거나 우리 측에 파견되는 북측 대표단을 여성이 인솔한 경우는 201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현송월이 전면에 나서면서 과거 총살의 이유로 꼽았던 김정은과의 치정 의혹이 힘을 잃는 모양새다.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인 이윤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현송월과 지금 남편을 중매해준 건 김정은"이라며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복수의 고위급 탈북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현송월은 김정은과 군에서 인연을 맺은 분대장의 부인으로 나타났다"며 “김정은과 더 가까운 관계는 현송월의 현재 남편이고 현송월보다는 그의 남편이 김정은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현송월은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김일성과 김정은의 총애를 받고, 남편을 통해 북한 사회에서의 입지가 더 확고해졌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 발탁설, 당 선전 실세로 등극?

북한 예술단의 공연 사전점검단 단장으로 방한한 시점을 전후로 현송월이 선전선동부의 간부급인 부부장에 발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선전선동부는 노동당의 결정이나 사상을 지도하고 전파하는 당의 핵심 부서로, 북한 사람들의 생활과 연계돼 있어서 '인민 생활 부서'로 불릴 만큼 중요한 부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송월의 간부급 격상설에 대해 아직까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번 방남 당시 북측이 보내온 전문에서 현송월의 직함은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으로 소개됐다. 공식적으로 부부장 직함을 쓰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현송월이 국가의 주요 행사에서 주석단에 앉은 사례가 없었고 외부에 관현악단 단장으로 소개되는 만큼 현송월이 부부장급으로 올랐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송월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권력 기구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음악이나 문화 활동에 대한 전문가일 뿐 북한 권력계 핵심층에 들어갔다고 보기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 역시 현송월의 부부장 직함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송월이 북한 권력계 간부로 승진했다는 것과 관련, "현송월이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으로 소개되는데 단장이 부부장급 단장일 가능성은 적다"며 "지금까지만 보면 객관적인 근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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