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발언대] 따뜻한 공동체를 위한 '따뜻한 보훈’

2018-01-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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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기북부보훈지청 보훈과 김동억]

1) 일상① : 2여 년 전 모 야외행사에 참석한 어느 한 6.25참전유공자는 행사가 끝난 뒤 사람들이 버리고 남긴 음료수 캔과 병을 모으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난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2) 일상② : 내가 살고 있는 5평짜리 원룸 위층에는 월남참전유공자가 살고 있다. 그 분은 암을 비롯한 여러 고엽제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분인데, 항상 새벽2시에 취기와 함께 삶을 회한하는 듯한 노래를 부르면서 계단으로 올라가신다. 난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잠에서 깼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라는 공동체는 6.25참전유공자의 희생 하에 세워졌으며, 국가의 근간이 되는 경제적 토대와 물적 자본은 월남참전유공자의 공헌 하에 세워졌다는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과 공헌은 대중의 무관심 속에 점차 역사 책에서의 활자로만 알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국가마저 그들을 홀대하고 지원하지 않는다면 전쟁과 같은 국가적 위기가 도래했을 때 어느 누가 국가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를 갖고 희생하겠는가?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다. 과거의 삶의 경험과 지식이 현재의 삶의 모습을 가져오고, 축적되고 연속된 현재의 삶의 모습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

국가와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미약한' 보훈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고, 약화된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과 해체된 공동체 의식은 국가가 위기에 처해졌을 경우 국민의 결집력을 약화시킨다.

1997년 외환위기가 도래했을 때 전 국민적인 금모으기 운동이 펼쳐졌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했을 때 아무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해체된 공동체 의식의 반영이며, '학습된' 결과이다.

'따뜻한 보훈'이 지향하는 보훈정책의 큰 줄거리는 국가유공자의 삶에 보훈정책이 제대로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고, 그들의 삶이 평온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있으며, 공동체의 복원을 통해 국민의 결집력을 강화시키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훈정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단순히 '돈만 쓰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의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투자'라는 사회통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여러 사회단체 또는 개인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지원의 손길을 쉽게 뻗을 수 있도록 국민의 참여와 소통의 기반을 마련하고, 동시에 봉사를 통한 기쁨과 개인적 어드벤티지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과거 조선시대에 '부패한' 훈구세력을 몰아내고 집권한 '깨끗한' 사림세력은 국민의 실질적인 삶과 괴리된 이념적이고 현학적인 구어만 쏟아낸 채, 지독한 내부분열의 과정을 거쳐 일제에 의해 소멸되었다.

결국 어떠한 정책도 그것이 '구어'로만 존재하고 정책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효과만 낸다면 그것은 정책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 있다면, 그것은 '따뜻한 보훈'을 통해 국가유공자의 삶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해체되어 가는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따뜻한 보훈'이 단순히 '구어'가 아닌 '정책'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무원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일상②의 월남참전유공자는 3개월 전 나에게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게 되어 기쁘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한 달 전부터 나의 새벽잠을 깨우던 그 노래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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