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연속 이틀 가상화폐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19일 토론회에선 전날(18일)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들과 정부 부처를 대표해 나온 법무부 관계자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토론 분위기가 한층 과열됐다. 학계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대안 제시에 나섰지만, 양극단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상화폐 규제 법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당 의원은 1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상화폐, 투기방지 대책과 기술 혁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종근 법무부 정책보좌관(부장검사),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이정아 빗썸 부사장, 정원식 블록원 동북아총괄부사장,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박선영 카이스트 대학교수,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심 의원은 치열한 토론회 과정을 지켜보며,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적 규정이 최우선으로 필요하고, 규제와 기술 활성화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실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반영해 △암호화폐 양도차익에 대한 고율의 양도세부과 △거래소 단계에서 원천징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거래소 영업시간 입금액 총액제안 △서킷브레이커 도입 △부실 거래소 퇴출 등 내용이 담긴 암호화폐 공정화에 관한 법률제정안 등 법안 발의를 할 예정이다.
◆ "가상화폐 시장=도박장" VS "정부가 왜 가상화폐 가치 판단해?"
◆ "가상화폐 시장=도박장" VS "정부가 왜 가상화폐 가치 판단해?"
이종근 법무부 정책보좌관(부장검사)와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각을 세웠다. 서로 말을 끊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도 빈번했다. 2014년부터 가상화폐와 관련한 수사와 연구를 해온 이 부장검사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실효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가상화폐는 '무(無)가치'를 지니며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거래상황은 '사행적 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나아가서는 기존 법무부 입장인 거래소 전면 폐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김 공동대표는 "정부가 왜 가상화폐의 가치를 판단하냐. 정부가 블록체인의 장래성을 직접 판단하는 게 맞냐"면서 시장경제 논리 위배라며 맞불을 놓았다. 김 공동대표는 "도덕관념에서 말씀하시는 거냐.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자유롭게 이뤄져서 만들어진 시장이 어째서 도박장이라는 거냐"면서 "현재 투기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옥석을 가려서 정말 투기에 가담하는 곳들만 규제해야지 왜 전면 폐지를 하냐. 정말 실효적으로 불을 끄려면 거래소를 정부가 규제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아 빗썸 부사장 역시 "거래소를 올바른 규제 하에 운영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P2P 거래만 음성화된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마치 불법거래의 온실처럼 이야기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불법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지는데, 법무부가 이야기하는 방식이라면 현금도 막아야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부장검사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이 시장 논리에 어긋나지 않냐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시장주의에 반하는 게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거래가 알트코인 비중이 높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며, "사람들이 종일 아침부터 20% 올랐냐, 내렸냐이것만 보고 있다. 만약 폭락하면 사람들의 피 같은 돈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전 그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선영 카이스트 교수는 역시 "현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도박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달 전미경제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근거로 전 세계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의 거래량 중 54%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는 가상화폐의 거래량 중 97%가 알트코인보다 안정적인 비트코인에 집중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알트코인 거래량이 많아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히 박 교수는 "일본은 사실상 가상화폐는 곧 비트코인이라고 볼 수 있어 위험손실이 적다. 반면 한국이 경제규모 대비 위험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노출된 유일한 나라인 만큼 다른 나라의 규제를 따라가기보다 한국만의 규제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거래소, 관련 없는 기술 앞세워 규제 방어"…발끈한 거래소
정부·학계는 규제 방안을 두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거래소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래소 관계자분들이 규제를 방어하면서 이유는 기술혁신을 이야기한다. 거래소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 몇 년 사이에 30~40여개 까지 늘어난 거래소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정부는 지금은 기술혁신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이 너무 크니 그걸 잡겠다는 거다. 댐에서 구멍 났을 때 손가락 막을 수 있는 걸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거래소 폐쇄까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부작용과 피해 심각한 단계까지 왔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라든지 부작용을 초점에 두고 이야기하는 거다. 기술혁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 역시 "가상화폐가 화폐냐, 블록체인이 미래기술로서 효용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논의는 진짜 문제의 논점을 흐리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투자자 보호 없이 과열된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쟁은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율운행 자동차가 미래기술이라고 해서 그걸 일상에서 실험하게 놔두지 않는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 생명에 미치는 상품과 기술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와 금융시장 대비 너무 과열된 상황인데, 알트코인에 대한 가치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소액투자하는 20·30세대의 거래비중이 가장 많은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저는 거래소를 운영하는 입장이다. 그럼 당연히 폐쇄를 말하자는 게 아니라 상생하는 방안을 찾자는 거다. 폐쇄라는 말을 자꾸 쓰시니까 방어 논리를 만들다 보니까 그렇게 비치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도 투기 과열 현상이 절대 정상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좋은 규제'를 하자는 거다. 그러려면 정부 당국에서 기술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책을 보고 블록체인을 공부하지 말고 저희(업계 관계자)를 불러 자리를 만들어 주면 충분히 설명해 드리겠다. 연애를 책으로 공부할 수 없지 않냐. 업계에 대해 규제를 하는 거니까 소통을 좀 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알트코인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공동대표는 "코인의 가치 산정 방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 정성적인 기준이라도 만들어 시장 건전화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사장 또한 "알트코인이 개발 중이다 보니 기업공개라든지 정보가 부실한 건 사실이다. 매년, 매달 실적이 다르고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거래소들과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협회 규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