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계열금융사를 포함한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박송완 롯데캐피탈 대표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롯데카드 실적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2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단위로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카드의 누적 3분기(1~9월)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5년 1174억원에서 지난해 399억원으로 66.01%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34억원에서 929억원으로 39.44% 축소됐다.
그동안 롯데카드는 금융계열사에 대한 애착이 많은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지원을 받아 순항해 왔다. 대표적으로 2014년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룹 실세로 꼽히는 채정병 롯데그룹 운영지원실장이 롯데카드 사장으로 부임한 일을 꼽을 수 있다. 채 전 사장은 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 카드 사업을 정상화하는데 전력투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지난해부터 김 대표가 맡았지만 오히려 실적은 더욱 곤두박질 쳤다. 채정병 사장만큼 그룹의 지원을 끌어내기에도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산업은행 출신으로 금융 관련 이력이 있으나 대부분 부동산관련 부문(모건스탠리 부동산투자담당, 삼정KPMG 부동산본부, 롯데자산개발)을 맡아와 결제금융사업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는 롯데카드의 최근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거대 유통그룹 계열사여서 빅데이터 사업을 진행하기 적절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신한·삼성·KB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빅데이터 연구소를 개설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한 것과는 반대 행보다.
끊이지 않는 매각설도 김 대표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카드가 지난해 9월 베트남 카드사 '테이크콤파이낸스'를 인수하며 매각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호텔롯데가 롯데손보와 롯데캐피탈의 지분을 매입하며 새로운 지배구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롯데카드는 여기서 제외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싸움과 매각설 등이 맞물려 롯데카드의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돼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며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이상 백화점 카드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