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는 실현할 수 있는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회원사가 돈을 벌어들일 판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16일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사진)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가 만났다. 그는 나흘 전 금투협회장 후보자로 선정됐다. 다음주 25일 최종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제 열흘도 채 안 남았다. 손복조 회장은 인터뷰 직전까지도 유권자를 만나 대화했다. 그는 일정을 아무리 빠듯이 짜도 하루에 대여섯 곳밖에 돌아다닐 수 없다면서 아쉬워했다.
손복조 회장은 지킬 수 없는 공약을 과감하게 뺐다. 대신 즉시 시행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그는 성과를 챙기기보다 업계를 둘러싼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복조 회장은 시장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업계 먹거리 확보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 위원회를 설치하고 시장 확대 방안 연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다.
복잡한 현안에 대해 즉각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며 대우증권 사장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예로 들었다.
손복조 회장은 "2004년 사장으로 부임하니 1등만 20년을 지속해왔던 조직이 업계 5등까지 추락한 상태였다"며 "자존심이 상해서 내년에는 월간 실적으로 시장점유율 1등을 한 번만 차지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당시 기획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그를 말렸다고 한다. 손복조 회장은 고객 신뢰 회복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대우사태를 거치며 떠난 고객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메시지를 읽을 즈음에는 전화를 걸어 만남을 유도했다.
편지는 대량으로 발송하지 않고 차등을 두었다. 임직원이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며 취임한 해에 업계 시장점유율을 1위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손복조 회장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 하는 일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현실에서 방향을 바꾸어 보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만약 타협이 안 된다면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며 "이는 곧 조직 역량이 된다"고 덧붙였다.
◆회원사 고민은 곧장 의제화
손복조 회장은 선거를 앞두고 "과연 어떤 사람이 금투협회장에 적합한 인물인가를 깊이 숙고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협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업무 추진력과 소통 능력, 전문가적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며 "협회장은 회원사 애로사항에 대해 의제화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업계를 뒤흔들던 사안이 흐지부지되는 것에 대해서는 협회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손복조 회장은 "혁신은 단칼에 이뤄지지 않고, 일상을 하나씩 조정해 나가야 완성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회의 분위기만 살짝 바꿔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직원과 브레인스토밍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왔다. 실제 이번 금투협회장 선거를 준비하면서도 그런 도움이 있었다.
손복조 회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최종결정권을 지니고 있지만 혼자 성과를 낼 수는 없다"며 "만약 실수를 했다면 인정하고 다시 만들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