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역량과 자질에 따라 가정이나 조직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되기 때문에 이 주제는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1950년대 이전까지는 리더는 타고난다는 ‘선천론’이 지배적이었고, 1950년대 이후에는 리더는 육성된다는 ‘육성론’이 힘을 얻었다.
‘리더는 타고나는 것도 육성되는 것도 아니고, 선택되는 것이다’라는 ‘선택론’이라는 제3의 관점론도 제기되긴 했지만, 리더는 타고나는 측면도 있고, 육성되는 측면도 있다는 ‘양시론’적 입장이 요즘에는 대세를 이룬다. ‘리더십 개발론’이 수용되면서 각 기업과 조직에서는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들을 도입해 구성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리더십 개발론자들은 리더십 훈련을 통해 20% 정도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리더들의 리더십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리더들이 ‘리더십’과 ‘헤드십’을 혼동한 채 잘못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과 헤드십 모두 권위를 근거로 한다는 점은 같지만, 사실은 아주 상반된 개념이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무엇일까?
하지만 리더십의 권위는 사람에 근거한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는 사장이나 회장 등의 직위가 없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헤드십의 권위는 근거가 제도에 있지만, 리더십의 권위는 추종자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리더십은 자발성과 상호성을 본질로 하지만 헤드십은 강제성, 일방성을 그 본질로 한다.
셋째, 공감의 유무이다.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 사이에 강한 심리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헤드십은 직권자(職權者)와 부하 사이에 심리적 유대감이 없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십 소유자와 추종자 사이에는 거리감이 없지만, 헤드십 소유자와 부하들 사이에는 커다란 거리감이 존재한다.
넷째, 생명력의 차이다. 헤드십의 경우 조직상의 상하관계가 끝나면 즉시 없어진다. 하지만 리더십의 경우는 직위에 따른 공식적 상하관계가 없어도 리더와 추종자 사이에 심리적 유대감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된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파면 그리고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리더십은 상실한 채 헤드십으로 전락한 대표적 경우가 아닐까?
권위주의와 일방적 지시 및 독주, 불통과 고집 등으로 점철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리더십이 아니라 헤드십이었다.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친박’이라는 ‘부하’들은 있었지만 ‘자발적인 추종자들’은 없었던 것 같다.
이른바 ‘친박’들은 뿔뿔이 흩어진 지 오래이고 이재만, 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도 범죄의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헤드십이 아닌 진정한 리더십을 통해 ‘친박’뿐만이 아니고 ‘비박’들과도 소통하고 교감했다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128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국회 재적의원 3분의2가 넘어야 가능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수 있었을까? 만약 박 전 대통령이 TK 중심의 자신의 지지자들만이 아닌 국민들과도 소통하고 교감했다면, 촛불혁명에 의해 탄핵될 수 있었을까? 대통령의 직위와 권한에만 의존한 헤드십의 통치가 박 전 대통령을 불행의 나락으로 몰고간 것이다. 물론 헌법을 유린하고 실정법을 위반한 결과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다면 헤드십에 가까운 ‘나쁜 리더십’의 문제는 박 전 대통령만의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리더들의 리더십은 F학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LG경제연구원이 20대에서 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 상사들의 리더십 만족 수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느끼는 리더십에 대한 만족 수준은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44점에 불과했다. 조사대상자의 60% 이상이 현재의 직장 상사와 두 번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충격적인 답변을 내놨다.
영어 leader의 뜻풀이를 보면 리더십의 요체가 잘 담겨 있다. L은 Listen:잘 듣는다의 뜻, E는 Explain:설명한다의뜻, A는 Assist:도운다의 뜻, D는 Discuss:토의한다의 뜻, E는 Evaluate:평가한다의 뜻, R은 Response:대답한다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다’가 아닐까? 리더는 자기가 하는 일의 70% 내지 80%를 듣는 일에 할애해야 한다고 한다. 상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바른 리더십과 헤드십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존중의 정신’에 있다. ‘내가 대통령이니까’, ‘내가 사장이니까’, ‘내가 권력(權力)을 차지하고 있으니까’라면서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는 일도 서슴지 않고 몰아붙인다면 이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헤드십이다.
나는 리더십의 소유자인가?
헤드십의 소유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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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호 세한대 교수
글로벌리더스포럼 상임고문
전 KBS 뉴욕특파원
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전 KBS 기자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