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질문 내용과 순서, 질문할 기자들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청와대와 출입기자들이 사전에 미리 각본을 짜고 했다. 유력 언론사들이 서로 '질문권'을 나눠 갖기도 했고, 질문자를 선정하기 위해 기자단에서 제비뽑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완전히 달랐다. 기자들이 손을 들면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자를 지명한 후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취재경쟁 열기만큼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한 종편 소속의 취재기자는 질문권을 받고 위안부 합의 등 총 3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윤 수석은 “질문은 우리가 처음 약속한 대로 하나만 해주기 바란다”고 정리에 나섰다. 해당 기자는 “대통령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대답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언론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안나 파이필드 미국 워싱턴포스트 도쿄지국장은 유창한 우리말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질문권을 받자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국장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대통령님. 지금부터 영어로 하겠습니다”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전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또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어느 정도인지'라는 질문을 해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시청자들로부터 예리한 질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들은 대통령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윤 수석은 질의응답을 마치고 “오늘 처음으로 대통령 직접 지명 방식의 기자회견을 해봤는데 일부 기자분들은 양손을 든 분도 계시고, 인형을 들어올린 분도 있었다. 눈도 안 마주쳤는데 몸부터 일어나는 분도 있었다”며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일부 기자는 “(눈에 띄도록)보라색 옷을 입고 온 것이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저랑 눈 마주친 것 맞죠, 대통령님”이라며 질문 전 소감을 먼저 밝혀 자연스런 분위기를 보여줬다.
이날 기자회견 방식은 자유로운 질문 방식에 익숙한 외신 기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안나 파이필드 지국장은 기자회견 후 트위터를 통해 “기자회견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지다니 놀랍다. 75분이 넘었다”며 “크고 오래된 언론이 아닌, 지방에 있는 다양한 매체들이 질문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기자회견은 모든 기자에게 열려 있다.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며 “한국의 이전 정부와 다르게 사전에 질문을 정해놓지도 않았다. 사전에 질문을 정해놓는 미국 백악관과도 달랐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