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를 예로 들며 보유세 칼빼는 정부…유럽 실정 제대로 안살폈다?

2018-01-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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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주택자 및 투기세력 잡는다"…OECD 통계 근거 들어

유럽 상당수는 국내보다도 보유세 낮아…보유세 높은 미국도 취득세 없고, 양도세 부담 미미

서울 일대 아파트촌 전경.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세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들의 예시를 근거로 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보유세란 부동산을 보유만 해도 부과되는 세금으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보유세는 양도소득세와 함께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활용된다.
정부가 보유세 도입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서울 강남권을 위시한 주택 시장의 급등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실제로 9일 부동산114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달 첫 주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무려 0.7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도 0.33% 오르며 1월 첫 주 상승폭으로는 지난 200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래 부동산 시장 안정에 방점을 둔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주거복지 로드맵' 등을 연이어 쏟아냈으나, 시장은 정부의 의도만큼 좀처럼 안정세에 진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이달 내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 이르면 상반기 내에 보유세 개편안 초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세제 전문가들로 인선이 거의 마무리 돼간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정부가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과세를 강화하거나 3주택 이상 보유자 대상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세계 주요 선진국과의 보유세 격차가 나타나는 점을 주요 인상 근거로 삼고 있다.

정부 및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로 관련 통계를 발표한 31개국 중 16번째로 중위권에 속한다. 참고로 OECD 국가의 전체 평균 보유세 비율은 0.9%다.

영국은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3.11%에 달한다. 또 캐나다(3.06%), 프랑스(2.65%), 미국(2.48%), 일본(1.87%) 등도 우리보다 높다.

정부가 자주 비교 사례로 드는 미국의 경우 보유세가 주(州)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캘리포니아주와 같이 태평양 연안에 면하고 주거 환경이 우수한 경우 대략 1%대 수준에 보유세가 형성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부 일대의 주택들은 3%까지 달한다.

하지만 미국 보유세 현황을 국내 실정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일단 미국에서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 따로 없이 수수료만 부과된다. 양도세도 감면 요소가 많고, 납부자가 당장 부과하기 힘든 상황에 놓일 경우 양도세 유예 신청도 가능하다. 보유세를 내더라도 국가가 그만큼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점도 국내 실정과 다르다.

이처럼 관련 해외 사례에 대한 정부의 심도 깊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보유세가 취등록세, 양도세와 다른 점은 반복적으로 부과된다는 점"이라며 "보유세 인상은 전 국민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교수는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의 경우 북미 지역이 우리 보다 높은 것은 맞지만 오히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들은 우리보다도 훨씬 낮다"며 "정부가 해외 사례를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보유세를 높여야 하는 당위성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극렬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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