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이 올해 들어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 합병하면서 한때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고리는 완전히 해소됐다.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을 통해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면, 올해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내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신 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지주사 설립과 순환출자 해소 등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해 뉴롯데의 ‘초석’을 다졌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고객 만족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능동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롯데는 ‘일본롯데-호텔롯데-한국롯데’로 연결되는 지배구조 특성상 앞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 간 경영분쟁을 기폭제로 ‘일본기업’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실제로 지분 구조상 한국 롯데의 정점에 호텔롯데가 있고 이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호텔롯데의 대주주(19.07%)이자 일본 롯데홀딩스로 대표되는 일본 롯데다.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소재 계열사들은 호텔롯데 지분의 99%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텔롯데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이유는 호텔롯데 자회사로 있는 롯데물산이 그룹 최대 ‘캐시카우’로 부상한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원 리더’의 입지를 다지려면, 롯데지주와 별개로 호텔롯데 내 지분을 끌어올려 롯데케미칼 내 영향력을 견고히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미 호텔롯데 상장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검찰의 롯데기업 비리 수사 등으로 그룹이 쑥대밭이 되면서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했지만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것.
그러나 지난해 롯데지주를 출범시키고 순환출자고리도 해소한 만큼, 회장은 호텔롯데를 빠른 시일 내 상장해 일본롯데의 지분율을 50%까지 줄이고 경영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2019년 상장이 목표로 알려져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사장)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호텔롯데 상장은)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실적이 좋아야 할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치를 높여야 하니 빨리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단은 올해부터 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IPO를 추진, 2019년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매출의 80% 이상이 면세점에서 나오는 만큼, 사드 보복 타격을 받은 롯데면세점 경영이 정상화되면 호텔롯데 상장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본인의 뜻을 잘 아는 핵심인물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점은 10일과 11일로 예고된 롯데 임원 인사다. 현재 최종 인사안은 신 회장에게 보고가 올라간 상황으로, 각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임원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신동빈의 복심으로 불리는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 등의 부회장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