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침을 겪던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내년에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대상선과 SM 등 국내 선사들도 내년 하반기에는 수익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 4월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SM상선은 미국 서안항로 진출로 추가 운임 부담액을 상당부분 상쇄시켰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진해운 부도 이후, 우리나라 수출 화주 추가 운임 부담액이 일본과 비교해 연간 1조4000억원 정도 발생하고 있다. 이 부분만 봐도 국적선사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치킨게임이 끝나가는 양상이다. 한진해운도 이런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될 정도로, 글로벌 해운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 5년간 해운시장은 인수·합병(M&A)과 과점화로 구분된다.
특히 2014년 이후 컨테이너 선사 간 대형 M&A가 꾸준히 이어졌는데, 이로 인해 규모의 경제가 등장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주요 M&A를 보면 2014년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Lloyd)가 칠레 CSAV를 인수합병하며 단숨에 글로벌 4위 해운사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15년에는 12월에만 2건의 M&A가 이어졌고, 2016년에도 덴마크 머스크(Maersk)가 독일 함부르크쥐드를 40억 달러에 인수하며 독주채비를 갖췄다. 이후 올해 7월에는 중국 중국원양해운(COSCO)이 홍콩 오리엔털 오버시스(OOCL)를 인수,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이처럼 글로벌 해운시장은 지난 5년간 규모를 키우며 숨가쁜 구조조정을 끝마쳤다. 이런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운업은 속도 경쟁에서 규모의 경쟁으로 트렌드가 옮겨갔다.
2013년 머스크가 선보인 1만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해운업계가 규모의 경쟁으로 돌입하는 신호탄이 됐다. 최근에는 주요 선사들이 2만2000TEU급 선박을 건조하는 등 선박크기가 급속도로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 같은 규모의 경쟁도 시들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조선기술 발전으로 선박 건조 기간이 줄었고, 컨테이너업계 경쟁 심화로 1국 1선사 체제가 보편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박평형수 △황산화물 △온실가스 등 주요 환경규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환경규제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해운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으로 컨테이너 업계는 기존 사이클에 의한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산업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2010년대 들어 규모의 경제로 경쟁하던 시기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비효율과 IT 등 최첨단 기술을 갖춘 선박으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래를 내다본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부도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게 위축됐다. 메이저 선사의 잇따른 인수·합병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힘이 약해졌다.
그러나 메이저 선사의 독주가 이어질 것 같던 해운시장도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여러 환경규제가 임박하면서 그동안 대세였던 규모의 경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선박평형수, 황산화물 등의 규제가 시작되면 해운업계가 적지않은 충격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메이저 선사도 이런 움직임에 대비, LNG 선박을 도입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CMA-CGM은 지난 9월 중국에 발주한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에 LNG 추진 방식을 적용했다. 또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TOTAL)은 LNG 벙커링선 발주를 위한 입찰을 추진 중이다. LNG 벙커링선은 LNG를 공급하는 선박으로, 최대 1800㎥의 LNG를 싣고 해상급유가 가능하다.
한편 현대상선은 환경규제를 계기로 선대를 재편하는 등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적은 선대를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에 비해 친환경선박으로 전환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친환경 메가 컨테이너선 확보를 통해 규모의 격차와 친환경 관련 이슈를 동시해 해결하겠다”며 “2년 정도 준비기간을 적절히 활용해 최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선대 확보 등으로 경쟁력을 갖춰 2020년 이후 글로벌 해운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