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고 있는 단기부동자금은 2017년 3분기 말 기준 1069조57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980조7531억원)보다 90조원가량이 늘었다. 자본시장이 이런 막대한 돈을 흡수해 보다 생산적인 곳에 써야 한다.
◆회수기회 늘려야 혁신기업도 늘어난다
투자자는 기업에서 주장하는 비전만으로는 과감하게 돈을 내놓기 어렵다.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다양해져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놓았다. 혁신창업 친화적 환경조성과 벤처 투자자금 증대, 창업·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이 골자다.
이 가운데 창업·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창업 생태계가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모험자본이 끊임없이 투자와 회수를 반복하면서 중소·벤처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모험자본은 대부분 기업공개(IPO)에 회수를 의존해왔다. 회수 시기가 지연돼 자본순환이 끊기기 일쑤인 이유다.
정부는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창업기업 주식시장인 코넥스를 탄생시켰고,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코넥스는 올해 들어 신규 상장기업 수와 시가총액에서 뒷걸음질쳤다. 시장 참여자를 제한한 탓에 거래가 부진하고, 상장 실익도 저평가되고 있다. 코넥스는 전문투자자 시장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유동성을 갖춘 코스닥 연계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규제 더 풀어라
크라우드펀딩은 외형을 키워가고 있지만, 내실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예탁결제원이 낸 자료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투자된 돈은 약 270억원으로 전년보다 63% 늘었다.
문제는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처럼 무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비중이 51%에서 40%로 줄었다는 점이다. 연간 총 투자한도를 500만원으로 제한한 일반투자자 비중만 같은 기간 43%에서 53%로 늘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마다 이를 지적한다. 전문투자자가 들어와야 일반인 참여를 증폭시키고 펀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관계자는 "전문투자자는 불안함을 불식시키는 보증"이라며 "꼭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도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한도를 연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리고, 광고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성숙도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여전하다.
또 다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관계자는 "투자한도가 정해진 영역은 크라우드펀딩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스스로 자본여력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투자인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 광고를 풀어줬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며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