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동예루살렘에 터키 대사관을 열겠다고 17일(현지시간)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슬림 반감을 드러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적할 범이슬람 지도자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로이터와 더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남부 카라만에서 열린 집권 AK당 연설에서 “신의 뜻대로 우리가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 주재) 대사관을 그곳(예루살렘)에 여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권 57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이슬람 단체인 ‘이슬람 협력 기구‘가 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천명한지 하루 만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하루 전 이슬람 협력 기구 비상회의 의장으로서 미국 규탄에 앞장선 데 이어 대사관 개설까지 언급하면서 강하게 나서는 것은 팔레스타인 선언을 계기로 범이슬람권의 지도자로서 위상을 한층 강조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을 지키는 막강한 수호자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에 대항하는 범이슬람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쿠데타 진압 이후 집권 권한을 강화하면서 세속주의에서 이슬람 원리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터키는 NATO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 중인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면서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터키에서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거의 매일같이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터키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면서 “예루살렘은 우리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외쳤다. 앙카라뿐 아니라 반트럼프 시위는 터키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시위대들 사이에서 에르도안의 인기는 무척 높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