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 등 다주택자를 표적으로 삼은 정부의 규제들이 쏟아지면서 중대형 아파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압박으로 다주택자 간에 여러 채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똘똘한 중대형' 한 채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대책 전달인 올 7월만 해도 수도권 일대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 월간 변동률은 1.46%로, 1.09%를 기록한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 변동률과 0.37%포인트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중소형 아파트 변동률은 0.59%, 중대형 아파트는 0.49%로, 이들 간극은 0.10%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 최근 5개월간 중소형 아파트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상승폭이 크게 꺾인 반면, 중대형은 상승세가 완만하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8·2 대책 이후 청약 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 청약률이 중소형을 앞지르는 이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청약을 접수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 DMC 루센티아'의 경우 전용 114.93㎡가 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29대1의 전용 59.98㎡, 5대1의 84.8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지방에서도 부산 '광안자이'의 경우 전용 100㎡는 186대1, 전용 84.57㎡는 61대1의 경쟁률로 큰 차이를 보였다. 대구에서도 '오페라 트루엘 시민의숲' 전용 59㎡ 1순위는 118대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115㎡는 205대1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됐다.
업계는 이 같은 중대형 선호 현상이 내년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대형의 경우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아 불황기에도 흔들림이 적고, 최근 수년간 가격이 급등한 소형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라 추후 시세 반등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몇몇 강남권 등 수도권 인기지역 다주택자의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에 대한 효력이 미미해 임대등록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은 핵심 중대형을 보유한 상태에서 비인기 지역의 소형 아파트를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거나 이를 토대로 확실한 블루칩 중대형 단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마저도 보이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최근 3~4년간 주택시장을 살펴보면 중대형 아파트의 상승 지표가 중소형, 전세, 청약시장 지표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내년 이후에는 충분히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또 중대형의 주 수요층인 4~6인 가구가 연간 1% 이내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중대형 아파트 공급 감소율은 이보다 더 큰 20% 수준으로 줄고 있다. 수급 불균형 문제로 향후 중대형 희소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