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의 투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가상화폐의 거래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 소비자에 대한 보호와 세금 부과 등에 중점을 두고 있어 무차별 규제는 오히려 가상화폐 관련 시장 구축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를 인가제로 하는 등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해 가상화폐를 활용한 거래를 허용하고,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중국과 러시아 모델을 따르고 있어 암호화폐 거래나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상화폐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칼을 빼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를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래소 인가나 선물거래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흥식 금감원장 역시 "암호화폐와 가상화폐는 금융상품도 화폐도 아니다"라며 "제도권 금융회사가 직접 거래하거나 거래 여건을 조성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비트코인 관련 시장구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충정의 Tech & Comms(기술정보통신)팀 안찬식 변호사(팀장)는 "지난 9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국내 ICO 전면 금지 방침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 부흥 공약에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건실한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기적 ICO를 분리해 피해자 발생을 방지하는 데 정부의 현명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