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대치 격화···가자 지역 등서 부상자 속출
팔레스타인인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저항해 지난 8일부터 사흘간을 '분노의 날'로 정했다. 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등은 이스라엘 저항운동인 인티파다를 촉구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날부터 웨스트뱅크 지역에서 3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폭력적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가자 지역에서도 수백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에서도 트럼프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위대는 "트럼프는 지옥에 가라",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예루살렘에게 자유를!" 등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고 FT는 보도했다. 반미·반이스라엘 시위는 이슬람교 금요 예배일을 맞아 전 세계 이슬람권에서도 계속됐다.
◆유엔·아랍연맹 등 "트럼프 예루살렘 선언에 반대"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일제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회의 직후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연합(EU) 5개국 대사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며 “예루살렘이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수도여야 한다는 게 EU 회원국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 겸 평화협상 대표는 알자지라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이번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미국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중동 방문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고위 당국자들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아랍연맹 역시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건 국제법 위반이어서 무효라면서 발표 철회를 요구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계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10일 끝내고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성명은 미국이 이번 결정을 통해 중동평화 프로세스의 후원자이자 중재자 역할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국제결의 위반이고 법적 효력이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