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삼성중공업의 발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조선산업 전체가 안고 있는 고민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2017~2018년 연간 실적전망을 조기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7조9000억원, 영업적자 4,900억원, 내년은 매출 5조1000억원, 영업적자는 24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황이 호황일 때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이 15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내년에는 3분의 1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적자의 주된 이유는 수주 부진이었다. 수주산업은 일감을 확보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감이 없으면 매출이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경기가 회복되어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수주산업은 미래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상선 건조는 통상 2년, 해양 플랜트는 3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2016년 삼성중공업의 수주실적은 5억달러로 목표액 53억달러의 10%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2017년에는 납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선종을 연초에 대량 수주하겠다는 계획을 강력히 추진했다. 1월 두 건의 수주 실적을 올리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물꼬가 5월이 넘어가서야 터졌고, 그나마 수주 물량의 대부분이 해양 플랜트였다. 올해 수주 목표액 65억달러(한화 약 7조1100억원)는 달성했지만, 내년 매출에는 적용할 수 없는 물량이다. 회사측은 올해 수주액 중 내년에 발생하는 매출은 약 2조70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과 달리 방위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군이 발주하는 물량을 받을 수 없는 점도 수주를 늘리는데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발표는 내년에도 선사들의 선박 신규 발주가 여의치 않을 것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지나친 기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현실은 매우 어려운데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업황 회복 전망 등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지금의 기대감은 거품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조선업계도 후년까지 불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확보 길 막혀···생존 기로에 서다
일감이 줄어들면 인력을 줄이고, 도크 운용을 중단하는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내년 말까지 1조5000억원 자구안을 달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8개의 도크 중 2개의 가동을 중단했다. 또한 2016년 초 대비 희망퇴직과 자연감소를 포함해 약 2500명의 감축했지만, 올해는 노사합의 지연 등으로 700명을 줄이는 데 그쳤다. 회사측은 수주 성공 주기가 일정하지 못해 안정적인 조업인력 인원수를 어느 정도로 가져가야 할지를 예측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 점도 인력 조정이 지연된 또 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규모를 갖춘 사업장에 매출이 줄어들면 조선소 운용을 위한 고정비 지출, 기 대출금 상환 등 커진다. 또한 수주한 물량 대부분이 수주액 절대액을 인도 때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건조비용도 조선소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도 조선소 운용비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주가하락의 위험을 감내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그만큼 조선산업이 자금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기관들은 조선산업이 불황에 빠지자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기존 여신을 조기 회수하기 위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를 위한 선수금환급보증서(R/G) 발급 중단보다 더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초에 이미 수주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말부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내년까지 물량을 확보해 놓은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액이 적어 후년 이후 삼성중공업과 같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도 비조선사업 분사 등을 통해 자금 운용의 숨통은 텄지만 역시 수주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