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미투’ 열풍, 홍콩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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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추행 고백하는 '미투' 캠페인

유명 육상선수 페이스북 글 등 큰 파문

[박세준 홍콩통신원]

홍콩의 유명 여자 육상 선수가 ‘어렸을 때 코치에게 강제 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홍콩 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전 세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성폭력이나 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용기 있게 고백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터진 사건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23세의 베라 루이라이유(Vera Lui Lai Yiu)는 홍콩에서 ‘허들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으며, 지난 9월 아시안 인도어 게임 여자 60m 허들 경기에서 홍콩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다.

루이는 자신의 생일인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어렸을 때 학교 코치로부터 당한 성추행 경험을 고백했다.

그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매카일라 마로니(Mckayla Maroney)가 자신의 SNS에 코치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것을 언급하며 “그녀의 행동에 용기를 얻어 나도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글에서 10년 전인 13, 14세 때 코치 ‘Y’가 ‘근육이 뭉쳤다’며 자신의 집으로 가 안마를 받을 것을 제안해 흔쾌히 승낙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그녀는 2년 동안 해당 코치와 같이 훈련하며 신뢰를 쌓은 상태였다.

루이는 “중국 문화에서는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고 (성추행 경험을)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없지만, 나의 용기가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홍콩의 네티즌들은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루이의 해당 포스트는 5일 현재까지 4000개가 넘는 댓글과 8000회에 가까운 공유 수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글이 올라온 지난달 30일 당일 루이가 졸업한 학교로 경찰을 보내 즉시 해당 사건을 수사하도록 지시했고,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역시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아동 성범죄를 엄중히 다스리겠다고 약속했다.

루이의 출신 학교 측은 해당 교사가 더 이상 다른 학생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정직 처분을 내렸으며, 모든 육상 선수들에게 추가 추행은 없었는지에 대한 설문과 상담을 실시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자 당사자인 루이는 오히려 몸을 사리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면서 피해자 조사를 위해 루이와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루이 측은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홍콩의 여성단체인 여성발전위원회(香港婦聯)는 성범죄 기록 검색 개선 및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홍콩에서는 2011년부터 교원 신규 채용 혹은 계약 연장 시 성범죄 기록 검색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직원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성범죄 기록을 검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자원봉사자에 대해서는 검색이 의무화돼 있지 않는 등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한 허들 선수의 용감한 고백이 홍콩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교내 아동 성추행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그녀가 용기 있게 내디딘 한 걸음에 많은 이들이 아동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이번 일로 향후 관련 법률 강화 등 제도적 조치로 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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