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1년차 때 특별사면(특사) 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다. 정부 출범 3개월째인 8·15 광복절 당시 정부의 첫 번째 특사 추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준비 기간의 물리적 한계 등을 이유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87년 체제 이후 탄생한 역대 대통령 다수도 집권 1년차 때 특사를 단행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0일 만인 1993년 3월 이념적 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공안사범 약 5800명을 사면·복권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외환위기 극복 차원에서 552만명을 사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각각 2003년과 2008년 15만명과 34만명을 사면·복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 때인 2014년 5925명을 사면했다.
◆특사 ‘대통령 고유 권한’···제한 장치 전무
28일 정치권과 전문가 등에 따르면 특사는 양날의 칼이다. 특사는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행정부 수장의 권력 남용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적 파장에 따라 특사의 주목적인 사회적 통합은 간데 없고 이념적 갈등만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특사권 제한 장치는 거의 없다. 특사 절차를 보면, ‘검사 또는 교정시설장의 특사 제청→검찰총장의 특사 상신 신청→사면심사위원회 심사 후 법무부 장관의 대통령에 대한 상신→국무회의 심의의결→대통령 확정·공포’ 등을 거친다. 이 가운데 사면 포기에 따른 형사 정책적 목적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사면심사위의 법무부 산하 구성’만이 유일한 견제 장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첫 특사 추진 과정에서는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 반대집회 등 다섯 개의 특정 집회 참가자에 한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자 특사 검토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사면 대상·시기와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 특사의 유일한 견제 장치마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함께 야권은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 최측근 이광재 전 강원지사, MB의 BBK 주가조작 의혹을 폭로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해 ‘특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현재 이들 3인방의 피선거권 제한 기간은 한 전 총리 2027년, 이 전 지사 2021년, 정 전 의원 2022년까지이다.
◆‘친노·이석기·한상균’ 논란···경제인 가능성↓
진보진영이 요구하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도 논란거리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이듬해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 한 위원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청와대에서 가진 여야 대표 회동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한 위원장을 거론하자, “저도 한 위원장이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고 추혜선 당 대변인이 전했다. 구 통합진보당으로 불리는 민중당 지도부는 지난 2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석기·한상균’ 석방을 촉구했다. 추 대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법치 무력화 또는 국가 공권력 해체에 준하는 사태”라고 비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특사 등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법적 절차와 국민적 소망에 맞게 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