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 방향타를 결정할 ‘혁신성장 전략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끝장토론 형식의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한다. 이 회의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및 장하성 정책실장 이하 청와대 주요 참모진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이 출격한다.
혁신성장론은 ‘소득주도성장·일자리성장·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의 정부의 ‘네 바퀴 경제론’의 핵심 퍼즐이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것에는 적극적인 재정지출 및 공공투자, 최저임금 인상 등 ‘포스트 케인스주의 학파’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정부 경제정책의 처음과 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한 혁신성장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 추구라는 정부 기조를 시장에 보내려는 시그널로 분석된다.
26일 정치권과 경제전문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론의 성패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의 차별화 찾기 △네거티브 규제 일환인 규제 샌드박스 도입 △부처 이기주의 및 관료주의 타파 등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애초 소득주도성장론이 정부의 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은 ‘소비 부진→투자 부진→고용 부진→소득 부진’ 등의 순환고리에 의한 경제 침체 우려 때문이었다. 초고령화·저출산에 빠진 한국 경제의 문제가 수요 부족에서 파생할 것으로 보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골자로 하는 수요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쓴 것이다.
정부 출범 직후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추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문제는 수요 확대만으로 장기 성장을 꾀할 수 있느냐다. 소득주도성장론이 ‘단기 부양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추석을 기점으로 혁신성장론을 강조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그 개념이 모호한 데다, 혁신성장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이 늦어진 것도 혁신성장론의 늑장 걸음에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의 구체적인 플랜 제시 여부가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점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 정치적 수사를 넘어 ‘문재인표 성장론’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규제 샌드박스 외치면서 규제프리존은 ‘제동’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혁신성장의 키는 국내에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준이 아닌,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활동의 자유 보장 및 규제 합리화에 달렸다”고 밝혔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도 기자와 만나 “앞에 수식어가 붙는 성장론은 오히려 성장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장기적 생산성 유발 조치의 일환인 규제 개혁을 통한 생태계 조성 등 소프트웨어를 수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근혜 정부의 ‘녹색성장’ ‘창조경제’ 수준을 넘어서는 혁신성장 담론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혁신성장 내용 면에서 혁신생태계 조성을 비롯해 △혁신 거점 구축 △혁신 인프라 강화 △규제 재설계 등은 이전 정부와 차별성이 많지 않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인 ‘규제 샌드박스’나 ‘테스트베드형 지역 특구’ 등의 순항 여부도 안갯속이다. 이는 새로운 제품 등이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사실상 같은 정책으로 평가받지만, 당·정·청은 지난 20일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지 6일 만이다.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법 통과에는 미온적인 셈이다.
정부가 이번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선제적으로 ‘중소·신산업·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다. 마지막 난관은 ‘관료주의’다. 혁신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부처 간 이견 조율이 혁신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