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건설현장 하도급 대급 미지급 등을 원천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대금e바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 업체가 시스템에 하위 업체를 등록하지 않을 경우, 대금 체불 등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2년부터 건설현장 내 공정거래 유도와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해 대금e바로 시스템을 도입, 운영 중이다.
납품·공사 대금 등의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이 빈번한 최하위의 장비·자재 업체와 건설근로자 등이 적정하게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또 계약금액과 집행금액 차이도 확인 가능해 계약금액 축소와 허위등록 여부 등도 쉽게 가려낼 수 있어 지난해에는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하위 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위 업체가 대금e바로 시스템에 하위 업체를 고의 또는 실수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금 체불 등 확인이 불가능한 점이다. 고의로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없다.
실제 올해 서울의 한 대형 건설현장에서 A하도급 업체가 B자재 업체에게 2000여만원의 대금을 3개월 가량 지급하지 않았으나, 시는 해당 자재 업체가 작업 거부에 들어가고 관련 민원을 국토교통부 등에 제기한 이후 뒤늦게 이를 파악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상위 업체가 고용한 하위 업체들을 모두 시스템상에 등록하도록 지시하고는 있지만, 고의나 실수로 등록하지 않는 경우에는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워낙 대규모 공사현장이 많은 데다, 공사 감독관의 인력도 부족해 하위 업체 등록이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금e바로 시스템이 도입 5년 만에 시 발주공사의 99.8%, 자치구 발주공사의 90.0%까지 활용되는 등 빠르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여전히 대금 체불 등에 노출된 최하위 업체 보호를 위해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건설현장에서는 여전히 저가 하도급 계약 체결과 추가 공사비 미지급 등 불공정 사례가 남아 있다”며 “상위 업체가 하위 업체를 시스템상에 의무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