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폐지와 사인의 금지청구, 갑질근절 공정거래법 전망은①] 재계·변호사업계 비상?

2017-11-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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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대차·SK·LG·롯데 등 그룹 전문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법과 정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적폐 청산’과 함께 떠오른 화두는 ‘갑질 근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검찰이 미스터피자 갑질 수사를 벌인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갑질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집행을 개선하기 위해 ‘법 집행 체계 개선 TF’를 만들어 개선방안을 마련해왔다. 그 내용은 전속고발권 폐지,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재계와 변호사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 예상되는 기업 제재는?

공정위가 이번에 발표한 개선안 중 기업을 압박할 만한 가장 큰 제재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을 조사할 때 공정위만이 검찰 기소를 위한 고발을 할 수 있었던 권한이다.

일반 시민이나 주주 등의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해 공정위에 권한을 위임했고, 공정위가 아니면 피해 당사자라도 공정위 조사를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정위의 소극적인 고발권 행사로 형사 제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다시금 시민 등이 고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불공정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공정위는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공정위 조사 기간 중에도 피해자에 대한 불공정 행위는 시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조사가 진행되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3년이 지난 후에야 결정되는 공정위의 제재 조치만을 기다려야 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공정위 눈에 띄지 않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었다. 신제품 출시나 새로운 사업계획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발권 제한이 없어지면 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민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고발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기업은 공정위 조사나 소송 등으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 기업 사내변호사들, 세미나 등 통해 위기탈출 강구 중

기업별 사내변호사들 역시 이번 발표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 17일 법무법인 태평양 별관에서는 사내변호사 250여 명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관련 강의가 진행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속 사내변호사와 법무팀 직원들은 이날 ‘공정거래법 리스크 감소를 위한 대응방안’ 등의 교육을 이수했다.

강의를 맡은 강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신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공정위의 역할이 커질 것이고, 국정과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공정위 TF가 발표한 전속고발권 폐지,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방안 등으로 기업 및 사내변호사들이 할 일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도 공정위의 기업 압박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사안에 대한 처분시효가 연장돼 기존에는 위반행위가 끝난 날부터 5년 이내에만 조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7년 이내로 늘어났고, 처분시효 내에 공정위 조사가 개시되는 경우에는 5년의 기간이 추가된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이전 사건까지 들춰내 조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위반행위를 신고하고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신고포상금 제도 역시 기업 내 퇴직자들이 퇴직 후 소정의 이익을 위해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집단소송제 도입도 논의 중이라 더 많은 손해배상소송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강 변호사는 “기업을 고발하는 쪽에서 합의를 원할 수 있고 사내변호사 측에서도 소송 취하를 위해 합의를 들어주려 할 수 있다. 소송 진행 여부는 연말 변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거래 상대방이 거래를 끝낼 때 혹시나 서운한 감정을 갖지 않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강 변호사는 “고발 조치 이후 조사가 시작되면 오래 전 기록도 조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업계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가야하는 모임에서 가격, 물량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논의를 중단시키거나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나 유리한 정황은 증거라 남기라”고 조언했다.


◆ 공정위 현장조사 어떻게 이뤄지나

치킨 가격 인상을 결정했던 BBQ나, 관람료를 인상하려고 했던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피할 수 없었다. 다수 기업들은 현장조사 매뉴얼을 구하려고 하는 등 적절한 대응에 급급해하고 있다.

공정위 심사단의 현장 조사 이후 내부 심의, 의결 절차가 이뤄지며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심사 불개시나 무혐의 결정을 하기도 한다. 신고를 통해 조사를 하게 되는 경우 무혐의로 결론 나는 게 많아 일부권한을 지자체에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조사는 강제 수사가 아닌 임의 수사이다. 기업이 수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성이 없어 수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의 혐의가 나중에 밝혀지게 되면 과징금이 가중될 수 있고 다른 혐의로 조사 받아야 할 위험요소가 있어 기업은 사실상 조사를 거부할 수 없고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대개 오전 10시 전후 예고 없이 사업장에 들어온다.  해당기업으로서는 이럴 경우 기업 대표와의 티타임 등의 만남을 주선해 시간을 벌어 놓은 후, 조사대응 인원을 구성하는 한편 조사 중 요구하는 모든 자료를 이전에 한 번씩 사측 직원들이 인지할 수 있게끔 조치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이때 현장조사를 나오면 사내 변호사 역할이 중요하다.

조사공무원의 조사권한 범위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조사공무원들은 사내 임직원의 PC뿐만 아니라 휴대폰 및 카톡 자료까지 조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거부나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 현장조사 시 자료를 은닉 및 폐기하거나 자료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기존에는 과태료 부과로 그쳤지만 지난 4월부터는 형벌 부과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가 법 위반과 관련된 서류가 회사의 내부 전산망을 통하여 전달, 보관되고 있다고 의심하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전선망 접근을 위해 아이디나 패스워드를 물어보는 권한에는 제한이 있다. 직접 열람할 권한이 없다는 판례가 있기도 했다.

개인 휴대폰 역시 공정위의 조사권한 범위에 해당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요구에 불응하더라도 조사방해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어 조사를 피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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