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사의 정비로 인한 운송 지연 등의 문제에 대해 서도 소비자가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항공 업계는 벌금 때문에 안전이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항공업종의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기준에는 운송불인행 시 기상상태, 공항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또는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또 공정위는 운항이 지연된 경우 지급하던 배상금의 최대 한도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운항시간이 4시간 이내인 경우 대체항공편이 △4시간 이내 제공 시 100달러→200달러 △4시간 초과 제공 시 200달러→400달러, 운항시간이 4시간 초과인 경우 대체항공편이 △4시간 이내 제공 시 200달러→300달러 △4시간 초과 제공 시 400달러→600달러 등으로 배상금 한도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안전운항에 간섭효과 발생 가능성"
항공 업계는 공정위의 개정안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안전 운항이 등한 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서 안전을 고려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작은 부분이라도 보수적으로 정비를 하고 있는데,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서 운항을 강행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B항공사 관계자는 "정비로 인한 지연을 항공사에 배상하라고 하면 재정적으로 힘든 항공사는 그냥 운항하는 등의 간섭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정비는 정해진 사이클에 따라서 하지만 정비 이슈는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을 단순히 항공사의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항공사 입장에서 힘든 문제다"고 지적했다.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정비'라는 문구를 완전히 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비로 인한 지연의 경우 소비자원에서 항공사에 입증 책임을 강하게 묻지 않았는데 이를 강화한다"며 "항공사가 불가피한 정비였다는 것을 입증하면 면책해주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형평성, 실효성에 맞춰 시행 필요"
국내 항공사들은 해당 기준이 만들어질 경우 외국적항공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하는 민원 중 외국적항공사의 민원은 44.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운송 불이행·지연으로 인한 민원은 총 267건이며, 국적항공사가 139건, 외국적항공사가 128건이다.
C항공사 관계자는 "기준을 바꾸더라도 업계의 의견을 들어 형평성과 실효성 있게 바꿔야 하는데, 항공사가 죄인이 된것처럼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에 외항사가 환불 기준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을 때 한참 시간을 끌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외항사도 국내 항공법과 소비자 배상 기준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국내 배상 기준과 외항사의 약관이 서로 배치되면서 소비자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약관 설명 여부에 따라서 배상 기준이 달라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 기준은 가이드 라인이기 때문에 항공사가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이 조약이나 상법보다 불리하게 돼 있어서 개정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