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99] 한국은 왜 솔롱고스인가?

2017-11-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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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몽골에서 한국은 솔롱고스
일반적으로 한국을 부르는 명칭은 영어권에서는 코리아(Korea)다. 프랑스는 Corѐe,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Corea 등으로 쓴다. 표기법에 차이가 있을 뿐 그 의미는 마찬가지다. 물론 중국에서는 한귁, 일본에서는 강곡꾸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을 자국의 표기법에 따라 소리 나는 대로 부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그런데 유독 몽골은 한국을 솔롱고스(Solongos)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부른다.
 

[사진 = 울란바토르 무지개]

지금도 몽골인들은 코리아하면 어느 나라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솔롱고스'라고 하면 어느 나라인지 금방 알아듣는다. 몽골의 몽한 사전에는 솔롱고를 무지개(Rainbow) 또는 스펙트럼이나 분광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솔롱고스는 한국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솔롱고스는 솔롱고의 복수로 '무지개가 있는 곳', '무지개가 뜨는 나라'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몽골이 한국을 왜 솔롱고스로 부르게 됐는가?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주장이 있을 뿐이다.

▶ 무지개의 의미
그 하나가 말뜻 그대로 무지개의 의미다. 무지개는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이미지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뜻을 담고 있다. 나라의 이름에 '무지개가 뜨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붙여 놓은 것을 보면 몽골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진 정서가 상당히 호의적이고 긍정적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 = 몽골족 추정 이동경로]

몽골역사연구소 소장을 지낸 오치르 같은 학자는 몽골족의 애초 근거지인 흥안령(興安嶺)산맥에서 아래쪽으로 이동하다보면 다른 곳으로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며 끝에 가 닿는 곳이 한반도라면서 몽골족과 한민족이 같은 뿌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 일부 학자들도 흥안령에서 몽골족의 대부분은 몽골초원으로 들어갔고 일부는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초원으로 들어간 몽골족이 남쪽으로 내려간 동족을 무지개를 쫓아간 사람들, 형제의 나라라는 의미로 솔롱고스로 불렀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 색동저고리의 의미
다음으로 색동저고리의 의미를 들고 있다. 원나라시절 수많은 고려여인이 공녀(貢女)로 차출돼 원나라로 보내졌다. 그 때 상당수 고려여인들이 색동저고리를 입고 원나라로 왔기 때문에 색동저고리와 같은 이미지인 무지개를 등장시켜 솔롱고스로 불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보다 前인 칭기스칸 시대에 고려를 이미 솔롱고스라고 불렀다는 것이 몽골비사에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이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 솔론족의 의미

[사진 = 주채혁 강원대교수]

솔론족에 대한 주장도 있다. 한국을 지칭하는 이름 솔롱고스는 족제비과의 ‘솔론(Solon)’이라는 동물이름에서 연유한다는 강원대 주채혁교수 등의 주장이 있다. 주교수는 몽골을 갔을 때 동행했던 몽골학자다. 주교수는 몽골학의 거장 펠리오의 주장을 인용해 ‘솔롱고스’는 ‘솔롱고’의 복수로, 솔론을 잡아 모피(Fur) 시장에 팔아 먹고사는 부족을 부르는 이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Baraga(바라가)가 Bar(호랑이)라는 명사에 'aga'가 붙어 '호랑이를 가진'이 되듯이, Solongo (솔롱고) 또한 Solon(솔롱)이라는 명사에 'go'가 붙어 '누런 족제비를 가진'이라는 의미가 되고 , Solongo에 's'가 붙어 복수가 되면 부족 이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누런 족제비를 거래하는 부족으로 그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 메르키드가 솔롱고스

[사진 = 고울리 성터]

최근 들어 무지개나 솔론족과 연관 짓는 주장을 부정하고 역사적 근거에서 솔롱고스의 의미를 찾는 몽골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몽골학자 박원길교수와 동양대 김운회교수 같은 학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몽골인은 한국을 솔롱고스, 고올리, 코리, 솔롱고, 솔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이 학자들은 칭기스칸이 몽골 초원을 통일할 당시 몽골 5부족가운데 한 부족이었던 메르키드族을 주목하고 있다. 이 메르키드족은 칭기스칸의 아버지 예수게이에게 칭기스칸의 어머니가 되는 호엘룬을 빼앗기고 그 복수로 칭기스칸(당시에는 테무진)의 아내 부르테를 납치해 간 부족이다. 칭기스칸은 나중에 메르키드족을 정벌해 메르키드의 미녀 쿨란(Kulan,1164-1215)을 얻게 된다.
 

[사진 = 부여언급 위서]

이 메르키드를 ‘알탄톱치’ 등의 사서에 솔롱고스로, 그리고 쿨란을 솔롱고스 공주라고 불렀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당시 솔롱고스가 고려나 발해 또는 신라가운데 어떤 나라를 의미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메르키드를 솔롱고스와 동일하게 인식한 것은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몽골인의 한부족인 메르키드가 남하해서 고구려(부여)를 건국했다는 것을 믿고 있다는 얘기다.

13세기 초 메르키드는 바이칼 호수 아래쪽 셀렝게 강을 주 무대로 활동했던 부족이었다. 전설적인 미녀 쿨란이 메르키드 출신이니까 아마도 몽골인들은 솔롱고스 여인, 즉 고려 여인을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생각한 것 같다는 주장이다.

▶ "칭기스칸도 솔롱고스의 피를 이은 자손"

[사진 = 바타르교수 석인상 설명]

이들은 메르키드족 일부가 동남쪽으로 진출해 대흥안령 북쪽 훌룬 부이르 초원에 이르러 일부 국가를 구성하기도 하고 일부는 한반도 쪽으로 이동해갔다고 보고 있다. 그 증거로 보이르 호수 주변에서 발견된 고울리칸 석상을 들고 있다. 몽골 학자 수미야바타르교수와 한국의 박원길 교수 등은 이 석상을 동명성왕상 (東明聖王像)이라고 주장한다. 
 

[사진 = 고울리 성터 석인상]

보이르 호수 주변 일대를 방문했을 때 이 고울리칸 석상을 본적이 있다.
 

[사진 = 제주도 훈촐로]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훈촐로(石人像)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칭기스칸의 생부(生父)도 예수게이가 아니라 메르키드족인 예케 칠레두라고 주장한다. 호엘룬이 출산을 위해 고향으로 가던 길에 예수게이에게 납치됐으니 칭기스칸(테무진)도 솔롱고스(메르키드)의 피를 이은 자손이라는 얘기다.
 

[사진 = 고울리 성터 위치도]

칭기스칸의 후예인 바이칼의 부리야트族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이칼 일대를 코리(Khori)족의 발원지로 보고 있다. 이 부리야트족 일파가 먼 옛날 동쪽으로 이동해 만주 부여족의 조상이 됐고 나중에 고구려의 뿌리가 됐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솔롱고스의 뿌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학자들의 연구와 논란거리로 남겨 놓자.

▶ "형제의 의를 맺자.!"

[사진 = ‘제주여인의 노래’ 부르는 몽골 공인가수 치메타야]

다만 역사적인 과정을 보면 몽골과 솔롱고스의 관계는 몽골과 다른 나라와 가졌던 관계와는 확연히 다른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218년 몽골의 장수 카치온(哈眞)은 고려에 사신을 보내 함께 거란족을 소탕한 뒤 고려와 몽골이 형제의 의를 맺을 것을 약속하는 통첩을 칭기스칸의 이름으로 전달한다. 이것이 칭기스칸 시대 고려와 몽골의 사실상 첫 만남이다.
여기서 칭기스칸이 고려를 형제의 나라로 대우했다는 것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시점은 칭기스칸이 중국의 금나라를 정복하고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국가 호레즘과의 전쟁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 때 칭기스칸은 고려를 정벌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고려에 대해 형제의 나라라는 친근감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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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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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는 고대사 입니다^^

    메르키트, 말갈.. 맥

    몽고.. 맥족코리 맥코리.. 맥족 코리부족..

    고조선 연합체의 맥족 계열 거수국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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