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초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발표할 전망이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다면 지난 2008년 이후 10여 년만에 재지정되는 것으로 북한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주 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에 대한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달 초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움직임을 언급했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된 사건이 현 북한 정권과 관련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는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었다. 이후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현재 의회에 계류된 대북 제재 강화법안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과 외교관계를 아예 수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포함돼 있다.
백악관 내부의 관측과 달리 '재지정' 이외의 답안이 나올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인 15일 첫 아시아 순방 성과에 대한 대국민 보고 자리에서 새로운 대북 정책 신호를 내놓지 않은 데다 괜히 재지정 카드를 꺼낼 경우 북한 추가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한 법률적 요건에 대한 검토를 마쳤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에 기대감을 나타낸 만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보다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며 "큰 움직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라고 밝혔다. 이번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미·중 간 대북 압박 공조를 확인한 상황에서 대북 정책 관련,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은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쑹 부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 여부와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