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년이 되는 해(1917년 11월 14일). 그가 우리 현대사에 남긴 족적은 어느 인물에 비할 바 없이 크고 깊으며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그의 삶의 궤적은 국망(國亡)과 일제 침략, 해방과 정부 수립 그리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우리의 비극적 현대사와 같이 했다. 5.16 쿠데타 이후 18년간은 그가 정권을 잡아 나라를 이끌며 '박전'(朴前, 박정희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현대 한국의 큰 틀을 만들었다.
조선왕조실록 졸기에 보면 역사적 인물을 한 자의 한자(漢子)로 집약, 평하곤 한다. 박정희는 결단할 결(決)과 바꿀 혁(革)으로 평하면 어떨까.
박정희는 신산하고 굴곡진 삶의 순간 순간마다 결단(決斷)하고 결기(決氣)에 찬 모습을 보였다. 그가 결단하고 결심(決心)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후대에 혹독한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이 적지 않으나 그의 결기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수 년 전에도 그의 결(決)을 흉내내려는 대통령 후보가 있을 정도 였다.
100년 내지 200년 후에는 '朴前'과 '朴後'가 달랐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구습과 나태, 미신과 체념에 찌들고 일제 잔재와 조선 유교사회의 찌꺼기들이 두텁게 남아 있던 사회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켰다. 공과와 득실, 그가 남긴 후유증은 더 깊이 연구할 과제이나 우리 역사에서 그의 통치시기에
큰 틀에서의 전환이 이뤄진 것은 분명하다.
현재 여러 정치 상황과 맞물려 그에 대한 평가가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주장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革은 본래 짐승을 잡아 가죽을 모두 벗긴 모습을 본 딴 상형(象形) 글자. 그래서 '가죽' 혁인데 의미가 '바꾸다', '완전히 바꾸다'로 확장됐다. 개혁(改革), 혁명(革命), 변혁(變革), 혁신(革新) 등이 그런 뜻이다.
'바꾸다'라는 의미의 한자는 많다. 변할 변(變), 될 화(化), 고칠 개(改), 고칠 경(更) 등등. 그러나 이런 자들은 본체는 그대로 두고 겉이나 속을 바꾸는 것인데 革은 짐승의 가죽을 베끼는 수준의 바꿈이다.
우리 역사는 앞으로도 革 수준의 변화를 몇 번 더 겪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 다운 나라를 만들고 민주선진국가를 만들고 민족통일을 이룩하고 자주(自主) 자존(自尊)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