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의 소환조사에서 '특활비 상납은 그 동안의 관행이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인 청와대 측의 요구였던 만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여간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일했다. 그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매달 약 1억원의 특활비를 뇌물로 상납해 국고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특활비 상납을 시작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도 검찰 조사에서 "취임 이후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 매달 5000만원씩 특활비를 보냈다"고 진술했다.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이어 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정하는 진술을 내놓음에 따라 검찰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약 40억여원의 특활비를 비자금으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검찰의 서울구치소 방문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는 것마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분명히 필요하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