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중국정치7룡] 최고 지도자가 되려면 '실적'이 탁월해야

2017-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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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중국내 파벌간 권력투쟁 분석이 무의미한 이유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한국 기상청의 일기예보, 국내 외신의 중국정세 예측, 둘 중 어느 편이 정확할까? 필자는 전자가 훨씬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한통속인 중국 공산당을 태자당·상하이방·공청단 등 파벌간 권력투쟁으로 분석하는 건 '왼쪽다리가 저리니 내일 비가 오겠네, 오른팔이 결리니 모레는 흐리겠네'하는 거나 매 한가지기 때문이다.

파벌간 권력투쟁 분석법은 마오쩌둥 시대에는 '사실7 허구3'의 '삼국지연의'만큼, 마오 사후 1989년 톈안먼 사건 이전까지는 '사실3 허구7'의 '수호지'만큼 상당히 유효하고 적중했다. 그러나 1990년대 개혁개방 제도화 이후부터 이러한 분석법은 흥미진진할지는 몰라도 팩트는커녕 팩션도 아닌 거의 '서유기' 수준의 SF다.

시진핑(習近平)은 태자당, 후진타오(胡錦濤)는 공청단, 장쩌민(江澤民)은 상하이방 식의 분류는 중국 정치권력의 역학 관계를 일본 자민당 내 계파간 권력투쟁과 흡사한 것으로 설정해 흥미위주로 보도하는 일본과 홍콩 일부 언론매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러한 일본식 당파 구분 용어는 1993년 일본의 잡지에서 최초로 사용됐고, 1998년부터 널리 유포됐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최고 권력층 인사 대다수는 공산당간부집안출신(태자당)으로, 청년시절에는 당연히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했고, 중국 최대도시 상하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공직 경력을 쌓으며(상하이방) 성장했다. 즉, 중국 최고권력 지도층 대다수는 태자당 겸 공청단 겸 상하이방으로 모두 ‘한통속’인 셈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비제도적 분석방법을 가급적 지양하고 일정한 룰과 시스템, 패턴을 탐색하는 제도적 연구방법을 채택하고자 한다. 단편적·피상적·일시적·정태적 분석 대신 전반적·본질적·추세적·종합적·동태적(dynamic) 분석방법을 통하여 중국정치체계의 핵심 엘리트그룹 정치국 상무위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영웅은 천하를 제패하고 제도는 강산을 안정시킨다(英雄打天下, 制度定江山)."

마오쩌둥은 무력으로 대륙을 석권했고 덩샤오핑은 제도화로 중국을 안정시켰다.

진(秦)·전한(前漢)·신(新)·후한(後漢)·수(隨)·당(唐)·송(宋)·원(元)·명(明)·청(淸) 등 중국의 10개 통일제국의 평균수명은 153년이다. 각 제국의 수명의 장단은 제2세대 황제가 어떤 정책을 펼쳤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즉, 혁명과 권력투쟁에 몰두한 개국황제를 뒤이은 제2세대가 민생안정과 제도화에 힘을 기울이면 당나라처럼 장수했으나 제2세대가 계속 혁명과 정치에만 몰입하면 수나라처럼 단명했다.

단 제국시대 뿐만이 아니다. 20세기 초 이후 공화국 시대도 마찬가지다. 중화민국에 이어 두 번째 공화국인 중화인민공화국 초대 주석 마오쩌둥은 대륙 석권후에도 1인지배체제 우상화를 위한 권력강화와 권력투쟁에 몰입했다. 마오쩌둥 사후 만약 4인방이나 마오의 추종세력인 화궈펑(華國鋒)이 권력을 잡아 권력투쟁의 삼매경에 몰입했더라면 중국은 서방의 기대 섞인 저주대로 천하대란이 일어나 쪼개졌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다행스럽게 덩샤오핑이 제2세대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면서 개혁개방의 제도화에 주력했다.

흔히들 마오쩌둥은 진시황으로 덩샤오핑은 당태종으로 비유된다. 당태종은 중국 역사상 245명의 황제중 최고 명군으로 꼽힌다. 베스트 황제로 숭앙받는 진짜 이유는 '배는 물이고 군주는 배이니 군주는 민심을 항상 잘 살펴야 한다'는 민본주의 치국이상을 현란한 언사로만 표현한데 그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도화해 실천한데 있다. 당태종은 갖은 악법을 폐지하고 3성6부제, 주현제, 과거제 정비와 함께 조세·군역의 감면등 민생을 위한 좋은 법제를 많이 창제했다.

오늘날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숭앙받는 이유 중의 가장 중요한 부문은 그의 ‘신의 한 수’, ‘먼저 부자가 되어라’의 '선부론(先富論)', ’가난한 사회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라면서 노대국의 방향을 ’우향우‘로 확 돌린 개혁개방 정책노선 등이 그저 슬로건이나 구호로만 그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덩샤오핑 자신의 개혁개방 이론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게끔 하는 획기적인 제도적 장치를 창조해 강력히 집행한데 있다.

특히 덩샤오핑은 진시황을 비롯한 제국시대의 황제들은 물론 쑨원이나 마오쩌둥 등 공화국 시절의 역대 통치자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냈다. 그는 대권을 스스로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무대 뒤로 사라져버렸다. 그는 전임자가 죽어야만 후임자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종신제를 버리고 전임자가 죽지 않아도 일정 기간 착실하게만 준비하면 자리를 이어받을 꿈을 품을 수 있는 임기제를 제도화해 정착시켰다.

▲덩샤오핑이 없으면 오늘의 중국도 없다(沒有鄧小平, 就沒有今天的中國).

1982년 9월 제12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덩샤오핑은 공산당 당장(黨章 당헌, 헌법보다 상위규범)을 전편 개편한데 이어 그해 12월 헌법을 제정 수준으로 전면 개헌했다. 1982년 헌정 체제이후부터 중국은 ‘2’와 ‘7’로 끝나는 해의 가을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교체되고, 이듬해 ‘3’과 ‘8’로 끝나는 해의 3월에 그들은 5년 임기의 국가주석, 국가부주석, 국무원 총리, 상무부총리 등을 비롯한 정부요직을 하나씩 꿰차는, 예측 가능한 패턴이 유지돼 왔다.

국무위원(부부총리)에서 부총리, 총리, 국가부주석, 국가주석의 최장 임기는 10년(1회 한 연임)이며 각부 부장(장관)임기는 5년이나 연임제한이 없다(중국헌법 제87조 참조). 국가원수, 총리뿐만 아니라 부총리, 내각의 각료들의 임기(5년)를 헌법으로 규정한 세계 각국의 헌법례를 찾지 못했다. 각료들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무이한 국가로 추정된다. 그만큼 중국의 총리 이하 각부 장관들은 최고 권력자의 심기와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국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소신껏 자신의 정책을 제도화하며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국무원 총리 이하 각부 부장(장관)들은 뇌물수수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큰 실책을 범하지 않는 한 짧게는 5년간 길게는 10년간 재임한다. 덩샤오핑은 이처럼 좋은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창조’했다. 이런 게 바로 'G2(주요2개국)'중국의 힘의 원천이 아닐까.

중국 질주의 원동력은 구호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해 강력히 실행한데 있다. 마오쩌둥 이전 중국에서는 공산당 이념에 얼마나 충실한가의 당성과 출신성분이 공직자 인사고과에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덩샤오핑 개혁개방 이후 맡은 일에 얼마나 성과를 내었는가의 실적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공직자 인사행정 행태는 실적제에 해당한다. 중국의 인사행정은 미국식 민주선거에서 인사행정에 관직을 사냥하는 듯,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 모든 관직을 전리품처럼 처분할 수 있는 엽관제가 아니다. 또 인사권자의 개인적인 신임이나 인사권자와의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중심으로 임용하던 영국식 정실제도 아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공직 임용과 충원은 능력, 자격, 성적을 기준으로 행하는 철저한 실적제를 지향하고 있다.
덩샤오핑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대다수 성(省)급 이상의 지방수장을 20년 이상 맡게 한 후 그중 실적이 탁월한 자로 충원돼 왔다.

시진핑 집권2기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약력[자료제공=강효백 교수]


지난달 26일 제19대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19기1중전회)서 출범한 시진핑 집권 2기 정치국상무위원 7인중 권력서열 1위 시진핑은 푸젠성·저장성 성장과 당서기, 상하이시 당서기를, 2위 리커창은 허난성·랴오닝성 당서기를, 3위 리잔수는 시안시 당서기, 헤이롱장 성장, 구이저우 당서기를, 4위 왕양은 충칭시·광둥성 당서기를, 6위 자오러지는 칭하이성·산시성 당서기를, 7위 한정은 상하시 당서기를 역임하였다. 이렇다 할 정부직을 맡은 바 없는 대학교수출신 서열 5위 왕후닝만 빼놓고 정치국 상무위원 6명 전원은 지방정부 수장을 수년간 역임한 바 있다.

요컨대 이들이 중국정치 7룡이 된 최고 비결은 무엇보다 실적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고관대작인 부모를 잘 만나서라기보다는(태자당), 좋은데서 태어나고 자라나 끈을 잘 잡고 줄을 잘 타서라기보다는(상하이방, 공청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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