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단행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로 요약된다.
핵심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50대의 ‘젊은’ 사장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워 세대교체를 통한 과감한 경영쇄신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이 50대 연령의 인물로 채워졌다. 사장 승진자의 평균 나이는 55.9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동훈 사장도 1959년생으로 역시 50대다.
앞선 부문장 인사에서 발표된 DS부문 김기남 사장, CE부문 김현석 사장, IM부문 고동진 사장도 모두 50대다. 부문장 평균 나이는 57세로, 전임자의 평균 63.3세와 비교하면 6.3세나 젊어졌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급변하는 IT산업 환경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젊은 피’들로 하여금 한 차원 높은 도전과 혁신을 추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한 원로 경영진(권오현 회장, 윤부근·신종균 부회장)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회사 성장에 기여한 공로로 승진 인사를 해, 이들로 하여금 후배 경영진들이 흔들리지 않고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경영자문과 함께 후진양성 지원 역할을 맡아 안정감 있는 경영쇄신을 꾀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실적 반도체, 사장 승진도 '최대'
핵심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인물들에 대한 과감한 기용도 눈에 띈다.
올 3분기 매출 19조9100억원, 영업이익 9조9600억원으로 사상 처음 영업이익률 50%를 넘긴 반도체 부문은 전체 사장 승진자 7명 중 4명을 배출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한꺼번에 4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교영 메모리 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이 주인공이다.
진교영 사장은 1997년 입사 후 차세대 D램 개발 및 특성연구 업무를 시작으로 2004년 세계최초 80나노 공정개발, 2009년 20나노 소자개발 등 D램 공정의 한계돌파를 이끌었다. 세계 최초로 80·60·30·20나노 DRAM 상품화를 성공시키면서 2011년 삼성 펠로우(Fellow)로 선정되는 등 D램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어려운 개발환경에서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끊임 없는 고민을 통해 최근 세계 최초의 10나노 D램인 18나노 D램 개발에 성공하는 등 ‘퍼스트 무버’로서 삼성전자 메모리 글로벌 초격차 기술력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강인엽 사장은 UCLA 박사 출신으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서 CDMA·GSM(유럽형 이통기술)·GPS(지리정보시스템)용 모뎀 등 모든 3G와 4G 관련 칩 개발에 참여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모뎀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다.
정은승 사장은 파운드리 TD팀장, 시스템LSI 제조센터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개발과 제조를 두루 경험해 공정 기술력과 제조 운영 노하우가 풍부하며 글로벌 고객과의 소통역량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직 공정개발과 제조를 두루 경험하고 공정개발 출신이지만 경영 마인드 또한 갖추고 있어, 차세대 경영리더 중 한 명으로 주목 받아온 인물이다.
반도체 개발과 제조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최초 18나노 DRAM, 64단 V-낸드, 10나노 로직공정 등 차세대 제품과 미래핵심 요소기술을 적기에 개발했다.
황득규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에서 구매팀장, 감사팀장, 기획팀장 등 스태프 부문을 두루 거쳐 사업안목과 대내외 네트워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기획팀장 재임 시절 반도체 중국 시안 단지 구축에 기여했을 만큼 중국 이해도가 높고 대외협력 관련 노하우가 풍부해 향후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비즈니스 지원과 중국 내 소통창구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외국인 경영진 가운데 처음으로 사장으로 승진한 팀 벡스터 북미총괄 사장도 눈길을 끈다. 그는 AT&T와 소니를 거쳐 2006년 삼성전자 미국판매법인에 입사한 영업 마케팅 전문가다. IT 전자 업계 최고 격전지인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CE)과 휴대전화 판매를 12년째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