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이탈리아 대륙의 통일을 갈망하고 강대한 군주를 고대하며 <군주론>을 썼다. 마키아벨리가 고대했던 강한 군주는 무엇일까.
지난달 24일 중국 공산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사상(习近平新时代中国特设生会主义思想)'이 공식적으로 실렸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진핑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思想)'을 '마오쩌둥 사상'에 비견하며 '강한 시진핑 시대'를 점친다.
그러나 시진핑이 당장에 올린 그 '사상'을 마오쩌둥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건 단순히 같은 '사상'이라는 단어에 몰입한 우리의 오류다.
그 다음은 '덩샤오핑 이론(理论)', 그 다음이 장쩌민이 언급한 '삼개대표론(三个代表论)'이다. 후진타오는 '과학발전관(科学发展观)'을 당장에 올렸다. 여기서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못했고 각각 '론(論)'과 '관(館)'에 그치는 이념을 당장에 올렸다. 하지만 시진핑은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라며 관형적 표현과 함께 '사상'을 올리고 더불어 자신의 이름까지 당장에 넣었다.
하지만 '시진핑 사상'이라고 하기엔 시진핑이 아직 사상의 체계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고, 거기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만들지도 못했다.
때문에 시진핑은 '시진핑 사상'이라고 붙이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거창한 관형적 표현을 붙이며 현실과 타협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함의는 무엇일까.
혹자는 시진핑이 제2기 지도체제를 마무리한 5년 뒤 20차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미사여구를 빼고 '시진핑 사상'으로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집권 2기 동안 당대회가 6번 열리는 사이 시진핑은 당 주석제를 만들 가능성까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시진핑은 지난해 가을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핵심' 칭호를 얻으면서 세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게 했다.
집단지도 체제인 중국은 정치국 상무위원 개개인이 업무 분야별 독립된 권한을 갖고 상무위원회의를 1인 1표 방식에 따르도록 해 왔다. 총서기 겸 국가주석도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른 상무위원들과 같은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이 핵심 칭호를 받은 이상, 의견 불일치가 생길 경우 그 지도자는 문제를 투표에 부치기 전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
앞서 덩샤오핑으로부터 핵심칭호를 부여받은 장쩌민과 달리 시진핑은 자기 스스로 핵심주의를 쟁취했다. 사실상 1인독재 체제다.
그렇다면 덩샤오핑이 설계한 집단지도 체제는 와해된 것일까.
집단지도 체제는 1당 체제인 중국의 특성상 공산당의 영원한 존속을 위해 권력을 분산한 것이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이 집단지도체제를 주창해 왔고 오랜 시간 당 존치의 가장 큰 이유라고 자평해 왔다. 마오 시대의 문화대혁명과 같은 정치적 폐물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때문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은 중국 공산당의 뼈대인 집단지도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측면에서 엄청난 사건이다.
당장에 오른 그의 '사상'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시작점에 선 지금, 이것이 마오의 '사상'과 비견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시적인 정치적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시진핑 사상'이 등장하고 1인독재 체제로 가는 것이 시진핑 권력의 공고화와 동일시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집단지도체제로 가든 1인 독제 체제로 가든, 중국 공산당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데는 당내 민주화와 제도 민주화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중국 정치 특성상, 중국의 내부와 외부의 문제를 나눠볼 때 시진핑의 정치 리더십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혹자는 시진핑이 모든 영도소조(小組)의 조장을 맡아 모든 권력이 자신을 통하게 하려 하지만 사실상 이는 '권위가 없다'는 말과 동급이라고 말한다. 권위가 없기 때문에 강해지기 위한 파워게임에 돌입했고 승부수를 던져 지금에까지 다다랐다는 것이다.
반부패 운동을 통해 철통 정치를 하고 칼춤을 추다 떠난 왕치산의 예가 역설적으로 시진핑의 위태함이라고 보는 분석가도 있다.
당내 민주화를 포기해 내부적 혼란을 숨기기라도 하듯 관련 정황이 곳곳서 감지되고 있다. 인터넷의 검열이 심해졌고 종교탄압을 연상케 하는 관련 보도도 나온다.
1인 독재 체제가 그의 강한 권력을 나타내든 반대로 위태함을 말하든, 분명한 것은 차이나 리스크가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 지도체제를 벗어난 중국이 얼마나 이 리스크를 다 품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리고 그 리스크의 범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