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하이브리드角] ​문-시-트 삼각관계…‘밀당’의 예술(Art)

2017-11-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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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관계’라는 트로트곡이 있다. 김병걸 작사·이호섭 작곡으로, ‘땡벌’로 이름을 널리 알린 40년차 가수 강진이 불렀다.

"누군가 한 사람이 울어야 하는 사랑에/ 삼각형을 만들어놓고 기로에선 세 사람 세 사람/ 사랑을 고집하면 친구가 울고/ 우정을 따르자니 내가 우네 사랑이 우네···."

대중가요 말고도 수없이 많은 예술, 문학작품에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가 등장한다.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스토리가 주로 많지만, 거꾸로 한 여자가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간’을 보거나 ‘어장관리’를 하는 설정도 적지 않다.

한국과 중국, 미국의 삼각관계가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 ‘문-시-트’ 3각관계는 ‘누군가 한 사람이 울어야하는 사랑’이 아닌 점에서 남녀 간의 그것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우리가 자주 겪었던 정치지형 상 삼각관계의 기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양쪽과 ‘밀당’을 잘못했을 때, 또 우리가 주체적으로 움직이지 못했을 때 그 결과는 처참했다. 나라의 운명이, 수많은 민초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했다. 수-당, 명-청, 중국 역사에서 집권세력이 바뀔 때 그 과도기에서 우리 한반도에는 피가 튀었다. 영화 ‘남한산성’이 그것이다. 20세기 들어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열강 4국과의 관계 역시 그 삼각관계의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다.

2017년 10월의 마지막 날. 한국과 중국은 미국의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1년 4개월의 갈등을 일단 봉합했다. 서로 사드에 관한 입장을 인정하면서 양국 정상이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 ‘밀당’의 과정을 보면 일단 문재인 정부는 한·미·중 삼각관계의 첫 단추를 잘 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시련을 겪었던 한국은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싸늘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극비리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한국은 일단 차였다. 소원했던 관계를 풀어보기 위한 데이트 제안을 중국이 퇴짜 놓은 모양새였다.

이후 중국은 서서히 마음을 돌렸다. 10월 13일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을 통해 ‘다시 친하게 지내자’는 사인을 보냈다. 바로 뒤 열린 중국 공산당의 19차 대회가 결정적인 변곡점이 됐다. ‘집권 2기’를 시작한 시 주석과 중국이 우리 측에 먼저 마음을 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시대'를 표방한 시 주석이 한국과 냉랭한 관계를 계속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컸던 듯하다.

문-시 커플이 오는 10∼11일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훈훈한 데이트를 예고한 가운데, 미 트럼프 대통령이 7~8일 한국을 찾는다. 이제 미국과의 또 다른 ‘밀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단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했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다양한 협상에서 조금 더 튕길 수 있는 위치에 섰다.

트럼프의 책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33쪽에 힌트가 나온다. “거래를 앞두고 내가 그 호텔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거래에 영향을 미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호텔을 사려면 그 호텔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 트럼프의 기술(Art)에 맞서는 문재인 정부의 예술(Art)과 같은 외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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