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당대회 이후 첫 번째 정치국회의 이후 두 가지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첫째는 시 주석이 10월27일 첫 정치국 회의에서 시 핵심(核心)을 강조하면서 모든 정치국원들은 1년에 한 번씩 당과 총서기, 즉 시진핑에게 자신의 업무실적을 보고하도록 하는 신(新)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후춘화(胡春華) 광동성 서기를 보직에서 해임하고 대기발령을 냈다는 점이다. 광둥, 랴오닝, 푸젠, 허베이 등 4개 성(省)의 당서기를 교체하면서 후춘화를 대기 발령한 것이다.
광둥성 서기에 리시(李希) 랴오닝성 서기를 발령했고, 랴오닝성 서기는 천추파(陈求发) 부서기를 승진 발령했다. 유취안(尤权) 푸젠성 서기는 중앙서기처 서기로 발령났기 때문에 후임에 위웨이궈(于伟国) 톈진시 부서기를 승진시켰다.
자오커즈(赵克志)는 임용 대기상태로 궈성쿤(郭声琨) 공안부장을 대체할 예정이다. 그를 대신해 왕둥펑(王東峰) 톈진시 시장이 승진 이동했다. 자오커즈(赵克志)는 시진핑의 대내총관으로 불리는 리잔수(栗战书)가 구이저우성 서기였을 때 성장으로 근무했다. 리잔수가 베이징으로 승진해 가면서 구이저우성 서기를 물려 받았고 이후 허베이성으로 이동했다. 시진핑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 '후춘화'의 향후 보직이 모든 걸 말해준다!
결국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던 후춘화만 대기 발령이다. 후춘화는 정치국원의 신분이기 때문에 현재의 무보직 상태가 공청단파의 힘 빼기일지, 아니면 새로운 중앙부처 보직을 위한 일시 대기상태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만약 공청단파의 리위안차오(李源潮)가 낙마한 국가부주석 자리에 부임하기 위함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기의 경우 국가 부주석은 차기 주석자리의 예약석이었다. 그러나 그랬다면 후춘화에게 상무위원에 보직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중국 당대회 이후 물갈이가 대폭 진행되고 있다. 지방 정부는 대략 마무리되었고 이젠 중앙기관의 기관장들의 인사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1기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 중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국원에서 낙마했기 때문에 새술을 새부대에 붓는 작업이 시작이다.
이번 정치국원 18명중 9명이 지방 성(省)서기 출신이다. 지방 인재의 중앙정부기관 경험 쌓기를 시진핑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후춘화의 이번 인사도 그 일환일 수 있다. 당의 인사가 끝나면 이젠 국무원과 행정조직에 대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시진핑이 신경쓰는 공안, 정법, 외교 등이 일차적인 관심이고 경제분야의 장관과 기관장도 상당부분 교체의 가능성이 있다.
국무원의 경우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양제츠(杨洁篪)와 궈성쿤(郭聲琨)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체대상이다. 상무 부총리는 한정(韓正)이고, 여성 국무위원은 쑨춘란(孫春蘭)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왕양(汪洋)과 마카이(馬凱)등 경제 부분에서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광둥에서 경험을 쌓은 후춘화의 국무원 부총리 입성 가능성도 있다.
당 기관 중에서도 부장급(장관급)에서 정치국원에서 탈락한 멍젠주(孟建柱), 류치바오(劉奇葆)
, 양징(楊晶) 등의 정법, 선전, 기관관리업부 등에서의 새로운 인사가 있을 전망이고 재경영도 주임과 류허(劉鶴)와 정책연구실 왕후닝(王滬寧)의 자리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후춘화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시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춘제(음력설)에 직접 광둥성을 찾아 후춘화를 격려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후 전 주석이 차기 대권주자로 낙점한 후춘화를 낙마시키면 공청단과 긴 전쟁이 시작될 판이다. 그러나 후춘화를 차기 대권주자의 자리에 올리는 대신 향후 5년간 시 주석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게 공청단이 협조하고 자숙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 주석의 시자쥔(习家军) 내부에서 시 주석 자신의 후계자의 미성숙으로 인한 시간 벌기인지 모른다. 경쟁자의 힘 빼기를 하는 동안 천민얼(陈敏尔)과 같은 인재를 속성으로 키우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후춘화와 천민얼의 경력과 업적을 비교해 보면 천민얼이 후춘화를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어쨌거나 당대회를 거쳐 상무위원을 발표한 이후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를 무보직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며 인사권자의 의도가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인사다.
후춘화가 광둥성에서 올라와 중앙무대에 차기 대권주자라고 인정할 만한 자리 즉 국가부주석이나 당교 교장의 자리에 앉을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현실이 될 경우 그간 시진핑의 1인체제 구축설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격대지정, 파벌간 원로정치의 합의 정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시 주석의 인사- 권력집중 무엇을 노릴까?
올해 54세인 후춘화는 공청단파를 대표하는 차세대 주자로 이번 19기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 주석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후진타오 시절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대거 심어 놓은 상하이방들로 인해 장 전 주석이 태상왕(太上皇)으로 군림하던 상황을 부주석의 자리에서 지켜본 시진핑의 “내 침대에 남이 코골며 자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시 주석은 1기 5년동안 부패척결를 통해 저우융캉(周永康), 쉬차이허우(徐才厚), 궈보슝(郭伯雄) 등의 상하이방을 제거했고 19차 당대회를 통해 공청단파의 대거 집단낙마를 유도한 것이다. 공청단파의 국가부주석 리위안차오(李源潮), 선전부부장 류치바오 등이 68세에 이르지 않았지만 대거 낙마했다.
상하이방의 제거, 공청단의 몰락을 유도하고 차세대 지도자를 지정하지 않은 시 주석이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장쩌민의 상왕정치를 후진타오에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20·21차 당대회가 열리는 2027~2032년까지의 장기집권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명운과 풍수 그리고 공부와 공덕이 모든 성공의 배경이다. 결국 하늘이 도와야 하고(명운) 땅이 도와야 하고(상황) 개인의 능력(업적)이 따라 주어야 대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에 걸맞는 시대적 상황과 업적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중국, '밥을 하늘로 알고 사는 사람(以食为天)'들이 있는 곳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결국은 경제 문제다.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경제적인 업적만 있다면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라가든 덩샤오핑과 같은 권력을 가지든 문제가 안 된다.
칼자루를 쥔 동안 뭐든 자를 수 있지만 자루를 놓는 순간 뭐를 잘랐는지에 대한 냉혹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결국 민생해결에 대한 민심의 판단이 시진핑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시진핑의 권력강화, 그리고 만약 장기집권의 의도가 있다면 경제에는 긍정적 요소가 많다. 경제 문제가 2기 정부의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
그리고 부정부패 단속, 너무 길었다. 보기 좋은 꽃, 듣기 좋은 노래도 5년이면 길다. 280여명의 고위직 인사의 낙마가 이뤄졌으니 더 이상 큰 건은 많지않을 가능성이 높고, 낙마시켜도 이제 더 이상 감동이 없다.
그래서 시진핑 2기 정부의 경제·금융·증시 정책이 핵심이다. 돈 버는데 귀신, 중국의 유대인, 살아있는 21세기의 중국의 상인들로 불리는 저장성 출신(习家军)들이 대거 등장한 시진핑 2기 정부의 경제가 어떨지가 관심이다. 미국을 추월할 경제규모를 만들 초석이 이번에 놓여질지, 8000~1만2000달러의 '마의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두고 볼 일이다.
*전병서 본사 초빙논설위원 겸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의 블로그 '전병서의 안정적인 성공투자' 경제칼럼란에 2017년 10월 29일 게재된 내용입니다. (링크: https://m.blog.naver.com/bsj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