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와중에도 빛을 발하는 의원들이 있다. 눈에 띄는 아이템 발굴은 물론 날카로운 질문으로 문제의 핵심을 꼬집는 이들이 있다.
이번 국감 시작부터 화제의 인물이 됐던 주인공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부대' 직접 지시 문건 공개, 국방부의 작전계획 3100 등이 북한에 유출된 사건 등 굵직한 아이템들을 잇따라 발표한 주인공이다.
특히 댓글공작 의혹을 파헤치며 과거 보수정권을 향해 칼날을 겨누는 그의 움직임은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부여당의 기조와도 맞물린다. 이번 국감을 통해 그는 당의 전략가로서도 입지를 세운 셈이다.
하지만 국감은 야당의 무대다. 정부의 실책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이른바 '국감 스타'로 떠오른 역대 인물들은 대부분 야당에서 나왔다. 이번 국감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초선(비례대표)인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삼진어묵이 부산역에서 철수한 것은 관트리피케이션"이라며 코레일유통의 '갑질'을 질타해 이목을 끌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정부 무능심판'이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노트북에 부착해 국감장에서 여야 공방이 벌어졌을 때도, 그는 소신껏 피켓을 부착하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익히 알려진 경제전문가다. 전날 기재위 국감에서 그는 성동조선해양을 가리켜 "수출입은행은 스스로 제시한 저가수주 방지 원칙을 무시했다"면서 과거 조선업계의 경영정상화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국은행 국감에선 "반도체나 IT(정보기술)를 빼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이고, 앞으로 건설 부문이 빠지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견조한 성장세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느냐"면서 한은의 낙관적 전망과 금리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주장을 반박하며, 평균 재소자들이 쓰는 독방 면적의 크기를 보여주고자 신문지 두 장을 깔고 직접 누워보이기도 했다. 일명 '신문지 퍼포먼스'를 통한 한 방의 반격이었다. 또한 피감기관에 대한 호통과 질타가 난무하는 국감이지만, 그는 전날 부산가정법원 국감에서 8년간 1만2000여명의 소년범 재판을 맡은 천종호 부장판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종합감사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국감에서 이처럼 빛을 발하는 의원들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앞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의 중간 성적을 'C-(C마이너스)'로 매겼다. 여전히 민생은 실종됐고, 정쟁만 가득한 국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