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의 부정 축재재산 환수 운동의 판이 커졌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던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과 창립총회를 열고 ‘시민 주도 운동’을 선언했다. 불법 은닉재산 추적을 위한 시민운동의 본격적인 여정을 알린 셈이다.
안 의원이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 준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한 지 꼬박 한 달 만이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전부터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검은 커넥션을 캐낸 대표적인 의원이다. 이 모임에는 ‘도곡동 땅 실소유주=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주장한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 등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했다.
◆시민주도 운동 본격화···유사법률 교통정리 필수
부정 축재재산 환수 법률안 다수는 ‘특별법·특례법’ 형식으로 발의됐다. 부정 축재재산 국고 환수 및 공소시효 배제 등을 위해서다. 안 의원 등이 속해 있는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추진 초당적 의원모임’이 지난 7월 여야 의원 130명과 함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행위자 소유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씨의 은닉재산은 10조원대로 추정됐다.
동법은 기존 법으로는 민간인 신분인 최씨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일명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으로도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
해당법은 공무원의 부정 재산축재 범위를 당사자는 물론, 불법 정황을 인지하고도 취득한 제3자로까지 확대해 이들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전두환 추징법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의 재산을 압류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민간인 신분인 최씨 일가 재산 몰수를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했다.
국민의당도 지난해 11월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의원 전원 명의로 ‘민주헌정침해행위자의 부정축적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등 ‘최순실 3+1 패키지 법’도 발의한 상태다. 다만 여러 갈래로 나뉜 유사 법률안의 교통정리는 해결과제로 남았다.
◆기소권·조사권 없는 운동본부···특별법 통과도 안갯속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기소권·조사권 없는 운동본부의 활동 한계 △특별법 통과 여부 △입증책임 전환의 문제 등 3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민정부 때 단행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추징을 예로 들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선후 관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징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후 구체적인 액수 등이 나온 상태에서 특별법이 역할을 했지만, 지금의 (최씨 등의) 은닉재산은 추정치에 불과하다. 시민 주도 운동본부 형태로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소급입법 적용에 따른 위헌 시비도 난제다. ‘전두환 추징법’과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 등도 공소시효 적용 여부를 놓고 한동안 시끌했다. 이 지점이 특별법 국회 통과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여야는 ‘원조 특별법’을 놓고 난타전도 전개했다. 안 의원이 “특별법 발의에 국민의당이 미온적이었다”고 주장하자, 김철근 대변인은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 등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위헌 시비 논란을 차단한 만큼, 이번에도 여론전에 따라 특별법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난제는 입증책임의 전환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정 축재재산 입증 책임은 소추권을 지닌 검사에게 있다. 그간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부정축재 대상자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1970년대 마피아 소탕을 위해 도입한 ‘리코법’ 형태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입증책임 전환이 특별법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