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소문난 잔치에 정말 먹을 것 없더라….”

2017-10-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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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우리 속담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잔칫집에 갔더니 소문보다 실망감이 클 때 쓰는 의미다.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속담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 예고되면 새 기능이나 디자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실상 개봉하면 몇 가지 기능만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 또 블록버스터급이라고 광고한 영화 가운데 참패한 사례도 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요즘 한창 진행 중인 정부 국정감사가 바로 이런 분위기다. 새 정부 첫 국감, 뒤바뀐 여야의 맞대결 등 수많은 이슈를 몰고 온 2017년 국감인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부실투성이다.

국감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부조리나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자리다. 매년 치러지는 국감은 공무원들에게는 상당한 고역이다.  국회 각 상임위원들의 방대한 자료 요구에 쉴 틈 없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역대 국감은 여야 의원들의 갑론을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국감장에서 떠오른 스타 의원들도 즐비했다. 파행도 곳곳에서 일어났고, 의원들의 질책을 받는 장관들과 공공기관장은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러나 올해 국감은 이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가장 첨예한 이슈가 예상됐던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조차 ‘요란한 빈 수레’라는 혹평을 받았다. 장관들은 유연하게 대응했고, 상임위원들은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확실한 ‘한방’이 없었다. 종교세 등 조세부분도 흐지부지 넘어갔다. 공정위 재벌개혁에 대해 야당과 기업들의 반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보기 좋게 무너졌다. 김상조 위원장은 시종일관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침착함을 보였다. 비관료 출신에 초보 장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무능하고 사전 지식을 갖추지 못한 국회의원들은 장관들의 뼈 있는 답변에 꼬리를 내리기 일쑤였다. 한 상임위원은 잘못된 정보로 감사기관을 윽박질렀다가 중간에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도 연출했다.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던 폐회 시간도 훨씬 앞당겨졌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언제 끝나는지 내기까지 할 정도다. 국감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올해 국감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얘기다.

야당이 국감에서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 하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철저하게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수습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야당의 집요한 공세를 피해갔다. 이러다 보니 국감장은 과거 정부 정책의 흠집 내기로 전락하는 꼴이 됐다.

24일의 경우, 여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1년’을 앞세워 국감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적폐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국감 이슈를 무력화시켰다.

그나마 문 정부 출범 후 강하게 밀고 가던 소득주도성장을 한 발 물린 것은 이번 국감의 큰 수확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이 부분도 야당의 날카로운 질문으로 인해 정책 노선이 수정되기보다 국감 방어를 위해 정부 스스로 대안을 마련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국감이 부실하다는 평가는 단순히 이슈 문제가 아니다. 의원들의 준비 부족이 크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국감에 나선 의원들이 치밀하게 준비한 정부기관을 검증한다는 것 자체로도 게임의 추는 이미 기울어졌다. 

매년 쳇바퀴 돌리듯 나오는 국감 시스템 개선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방대한 자료만 요구한 채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는 낡은 시스템으로 인해 국감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예산결산위원회 등 올해 막바지 정책 검증이 남아 있다. 올해 국감처럼 야당이 사전 준비도 하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기식 질책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감이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견제장치인 국감이 허술해진 부분은 국회 차원에서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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