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박해일은 남한산성에 고립된 인조 역을 맡았다.
대군을 이끌고 국경을 넘은 청의 공격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향한 조선의 16대 왕 인조. 왕이라도 피할 수 없는 고립된 성 내에서의 추위와 궁핍한 생활 속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으로 고민은 날로 깊어진다. 청과의 화친으로 생존을 모색하자는 명길과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상헌의 상반된 주장으로 논쟁이 거세지자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조에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결정의 날이 가까워져 온다.
“가장 인상 깊은 신은 역시 칸의 황제에게 무릎 꿇는 삼전도 신이죠. 그 장면을 통해 인조 또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같이 담기길 바랐어요. 인조라는 인물이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자존심,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방대하게 드러나길 바랐죠.”
박해일이 언급한 삼전도 신은 인조의 삼전도 굴욕을 담은 장면이다.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고 청은 더욱 거센 압박을 가하자 “치욕을 감수하여 후일을 도모하자”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자”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진다. 지체할 수 없는 결정의 날이 가까워지자 인조는 결국 청에게 무릎을 꿇는다.
“관객들이 인조라는 인물에 명확한 평가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걸 얼마나 고려해야할까 고민했죠. 감독님과도 그런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신념이 강한 신하들의 논리를 충분히 흡수했다가 제 감정을 보여주고 또 번뇌와 혼란을 보여주는…. 그걸 어떤 톤으로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 컸죠. 무능과 인간적 면모들을 드러내고자 했지만 처음부터 강조하고 싶진 않았어요. 만약 그랬다면 영화의 결 자체가 달라졌을 거예요.”
박해일은 인조가 가진 하나의 기둥을 만들고 골조를 세워나갔다. 왕의 무게를 표현하기에 부담이 가는 인물이었던 인조는 작품 안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인물이었다.
“역사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이를 제가 숨을 불어넣어 한 ‘인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배우라면 그의 인간적 모습까지 보여줘야하는 게 아닐까요? 과오만 앞세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관객이 평가해야 할 몫이지만 그에게 숨을 불어넣어 복합적 감정을 다 보여주려고 했었죠. 그게 쌓이지 않는다면 마지막 삼전도 신이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 왔을 거예요.”
인조의 고뇌가 여실히 담겨있는 영화 ‘남한산성’은 현재 절찬 상영중이며 러닝타임은 139분, 관람등급은 15세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