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G2(미국‧중국)를 둘러싼 대외 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수출과 투자는 ‘반도체’에만 의지하는 형국이다. 내수를 이끌 소비는 개선세가 둔화되면서 경제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제조업 중심의 개선 추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지연되는 모습이다.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며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생산이 늘어 생산부문 지표가 다소 개선됐다는 평가다.
반면 소비를 알 수 있는 소매판매는 8월 0.8%로 전월(3.5%)보다 크게 축소됐고, 소비자심리지수는 107.7로 현재‧미래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의견이 증가해 전달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중심의 수출‧설비투자 증가세가 경기를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수출은 G2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불안한 수출, 둔화되는 내수가 이어지며 올해 성장률 전망 역시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에 평가된 수준인 ‘AA-’ 등급이 5년째 유지된 것이다.
이에 반해 해외 투자은행(IB) 9곳의 평균 전망치는 2.8%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도 지난해보다 1.7%포인트 낮은 5.3%로 제시했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주변국들은 탄탄한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럽연합(EU)의 경우, 내년까지 내수부문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내수가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시장의 꾸준한 개선이 가계소득과 소비회복으로 연결됐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까지 상승세가 지속돼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일본경제 회복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회복세가 강해진 데 더해 외수의 성장기여도가 상승한 것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고용환경과 임금이 개선돼 가계의 소비증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19일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를 앞둔 중국경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진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2개월 연속 확장국면을 유지하고, 소비 등 내수개선에 힘입어 6.8%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이부형 이사는 “한국경제는 내수부진은 물론 북핵, 사드, 한·미 FTA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대내외적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대응이 시급하다”며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민간부문의 활력 활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기업의 역할 강조를 통한 투자‧고용확대를 꾀하고, 점진적인 임금상승 유도로 경기회복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